'종이위에 다양성을 그려라'

  • 입력 2009.07.06 09:38
  • 기자명 산포면 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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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신문 800호를 맞아 '어떤 얘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신문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단지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고 사진을 찍어 올린다고 하면 너무 부족한 설명일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바꾸는 변혁운동의 하나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보인다.

그런데 며칠 전 동양화를 배우는 조카의 학원을 찾았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흰 화선지 위에 묵으로 채워 넣는 동양화가 신문의 그것과 비슷한 듯하다.

선으로 사실을 묘사하고 먹으로 농담을 표현하고 똑같은 사물도 누가 그리는가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이 동양화이다. 그리고 동양화를 접한 이들은 그림에 빠져 감흥을 느끼고 화가의 깊은 의중을 읽어내려 한다. 이러고 보니 참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조카의 학원 선생님이 동양화를 잘 감상하고 싶으면 '화론 6법'을 알아야 한다고 일러주셨는데 그 뜻을 알면 신문과 동양화의 깊은 관계(?)에 놀라게 된다. 중국 인물화가인 사혁의 저서 '고화품록'에 쓰여 진 '화론6법'을 소개해보면 이렇다.

첫째 대상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작가의 주관적인 개성과 정신을 잘 드러냈는가, 둘째 사물의 배후에 숨어 있는 비법을 포착했는가, 셋째 대상을 직접보고 사실적인 형체를 중시했는가, 넷째 대상의 종류에 따라 먹의 농담을 잘 표현하였는가, 다섯째 화면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배치가 잘 되었는가, 여섯째 전통적인 화법의 묘사를 통하여 기술을 체득해 표현됐는가.

이것이 '화론6법'이다.

신문에 대한 평가를 사혁의 '화론6법'으로 해보면 이것이 동양화 감상법인지 신문 감상법인지 헷갈린 정도다. 사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 사건의 비중에 따라 그 표현의 강약조절을 잘 해야 한다는 것. 사건의 배경과 과정까지 밝혀야 한다는 것. 작가의 개성과 정신을 잘 표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적을 잘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 신문과 다를 바가 없다.

나주신문도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살펴보면 부족한 점이 드러난다. 잔인한(?) 지적이 될 수 있지만 지역언론의 열악한 환경 특히나 인적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발로 뛰는 생동감이 없는 기사, 전문성이 결여된 수박 겉핥기 기사, 기사의 비중과 보는 이를 고려하지 못한 편집 등이 종종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나주신문은 우리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언론기관임이 분명하다. 800호라는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또한 다양한 독자층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주신문을 질책하고 비판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다. 특히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주신문이 걸어온 800호의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다양성'이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주신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800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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