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파동, 대북식량지원 재개로 풀어야

  • 입력 2009.10.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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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파동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가위가 지나 본격적인 수확철로 접어든 올해는 당초 우려했던 가뭄도, 태풍도 오지 않았다. 덕분에 들녘은 풍성하게 여물어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남도 등은 올 수확예상량을 평년(457만t)보다는 많고, 작년(484만t)보다는 적은 465만t가량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도 '2009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 결과를 통해 광주·전남·전북·제주 등 호남지역 쌀 예상생산량은 164만5천톤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만4천톤(3.1%)이 감소했으나 평년보다는 1만5천톤(0.9%)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2008년산 쌀 잉여분을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등 조치를 최근 취했지만, 하락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공급은 넘치고 소비는 줄면서 쌀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 쌀 재고량이 지난해보다 14만t 늘어난 82만t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벼 매입자금 지원 규모를 늘려 올해 생산량의 52.6%를 사들일 방침이지만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쌀 파동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쌀값은 지난해보다 9%나 떨어졌고 쌀 창고엔 재고가 넘쳐 농민들은 야적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짓고 있다. 쌀 공급과잉을 해소할 '비상출구'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해 보관비용만 2570억원이 드는 쌀 재고 문제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다. 공급은 느는데 소비는 급감한다는 게 문제다. 1인당 쌀소비는 15년 전에 비해 30%나 줄었다.

2014년까지 쌀개방을 미루는 대신 외국산 쌀 의무수입 물량을 해마다 2만t씩 늘리기로 해 올해 들어올 물량만 31만t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대북 쌀 지원마저 끊겼다. 2002~2007년 해마다 최고 40만t씩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던 조절 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쌀농사가 재고 과잉에 질식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늘려 공급을 흡수해야 한다. 가공식품 확대 등 쌀 소비촉진책이 바람직하지만 장기적인 과제다. 쌀 재고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한 시급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은 대북식량지원이다.

쌀을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면 쌀값 하락과 위험 재고량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북 쌀지원은 파산위기의 남측 농민과 식량위기의 북측 주민을 살리는 비상구이고 남북 화해에도 기여할 수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북측의 요청을 식량지원의 조건으로 삼은 것은 대북 식량지원이 인도적 지원이라는 정신에 어긋난다. 그래서 그런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물론 대북 식량지원을 위해서는 지원된 식량의 배급에 대해 북한의 투명성 제고 노력 등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리의 쌀 생산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식량지원을 고려할 때다. 정부가 남쪽의 농민과 북쪽의 주민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대북 식량지원을 진지하게 검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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