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출신 k양, 서울대 수시 1차 합격

지역고등학교 평가절하에 맞선 쾌거

교육관계자 제언

이웅범 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 입력 2009.11.16 10:39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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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나주고 3학년 K양이 서울대 생명공학부와 동신대 한의과 수시모집 1차에 동시에 합격했다. 특이한 점은 K양이 광주 D여고를 그만두고 나주고에 입학한 학생이라는 것이다. 관내 K고 교사인 K양의 아버지는 "아마도 광주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다면 내신성적 때문에 서울대나 동신대 한의대에는 원서도 한번 못 내보고 지금쯤 어정쩡한 대학에 다니고 있을 것"이라며 당시의 선택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K양은 광주 D여고에서 1학년 2학기 중반까지 상위권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치열한 경쟁과 쉴 틈 없는 학교생활, 과도한 숙제로 인한 가정학습 등에 시달려 단 하루도 웃는 날이 없었다. 여기에 나주고로 오면 수능성적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 있지만 내신성적에서는 훨씬 유리해 대학진학시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K양의 아버지는 과감하게 D여고를 그만두게 하고 다음해에 K양을 나주고에 입학시켰다. 바라던 대로 K양은 가족적이고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고 대학진학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k양의 서울대 수시 1차 합격



나주고 2학년에 재학 중인 L양의 경우도 비슷하다. 관내 H고등학교 교사인 L양의 아버지 역시 나주고로 진학시키는 것이 대학진학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중학교 3학년때 광주에서 나주로 전학시켰다. 역시 내년 대학입시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달리 일반계 고등학교의 원서접수를 앞두고 우리지역 상위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장성고와 창평고 등 인근 5개 사립고등학교로의 진학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오랜 고민과 망설임 끝에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이겠지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지역 우수학생들의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이 학력격차와 그로인한 대학진학 성적의 격차에 있지만 다음과 같은 네가지 오해와 몰이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수 학생 타지역 유출의 원인 네가지



첫째, 학생과 학부모들이 변화하는 대학입시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학입시 자율화가 추진되면서 명문고 진학이 곧 명문대학 입학의 지름길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2010학년도 대학입시의 예를 보면 수능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정시모집인원에 비해 내신성적의 비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모집인원이 16%나 더 많다.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전형이나 연세대의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 고려대의 지역 인재정형 등에서는 내신성적이 더욱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금년부터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는 등 대학입시제도는 갈수록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학생의 성적과 학습능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시의 경우 전통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광주로 유출되다보니 중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높지 않고 상위권 학생들의 층도 두텁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학교마다 학력수준이 다르고 같은 학교라고 해도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생의 실력을 단순히 학교성적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고등학교에서 기대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책임을 모두 학교에게 돌리는 우를 범할 수 도 있다.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부족과 학력에 대한 과도한 평가



셋째, 관내 일반계 고등학교에 대해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인류의 오랜 논쟁처럼 우리 시에서는 "잘 못 가르쳐서 우수한 학생을 안 보내느냐? 우수한 학생을 안 보내니까 잘 못 가르치는 것이냐?"는 논쟁이 계속돼 왔다.

필자는 적어도 지금은 후자가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수년간 나주고와 금성고를 비롯한 우리시의 고등학교들은 많은 노력을 통해 발전해왔고 지금도 진화중이다.

지난 10월 1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의 4년간 평균 수능성적을 분석한 결과 나주시가 52위에 기록됐다. 전남에서는 장성, 순천, 담양, 여수, 화순에 이어 6위에 해당된다. 우수학생들의 전출로 인해 상위권 학생들의 수능성적이나 단위 학교의 성적은 뒤떨어지지만 평균 수능성적만큼은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현재 나주시와 나주교육재단은 우리시 학생들의 수능성적을 더욱 향상을 위해 외부 유명강사들을 초빙해 운영하는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는 수능성적에서도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될 것이다. 한편, 나주고등학교는 지난 10월 20일 기숙형 고등학교로 선정돼 2011년부터 기숙사와 연계된 학력향상프로그램을 갖춘 학교로 거듭날 예정이다.



지역 고등학교에 대한 평가절하



넷째, 인근 5개 사립고등학교로 진학하면 농어촌특별전형 응시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주춤하던 우수한 학생들의 유출이 다시 심화된 가장 큰 이유가 우리시 동지역이 전과 같이 농어촌특별전형 응시기회를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제3조 제5호 나목에 따라 올해 동지역도 농촌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경기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림부의 고시문까지 수정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서울대와 연·고대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대학들이 농어촌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중학교 때부터 농어촌지역의 학교에 다녔던 학생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시 동지역 학생들은 인근 5개 명문고에 진학한다고 해도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근 들어 인근 5개 명문고에 진학했던 광주출신 학생들이 다시 광주로 전학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 원서접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변화된 입시제도와 학생의 실력, 학교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정리 이영창 기자

lyc@naju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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