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억지논리

  • 입력 2010.01.12 09:36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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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검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파면된 나주세무서 전 직원 김동일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광주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수사를 벌인 결과 국세청과 조직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은 '무혐의'처분하는 대신 한 전 청장에 대한 명예훼손을 걸어 기소했다는 보도다.

통상적으로 명예훼손은 피해 당사자의 고소로 수사가 이뤄지는 게 보편적이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다. 다른 무엇보다 피해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한 전 청장은 현재 미국에 도피성 출국을 한 상태다. 검찰은 김씨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한 전 청장 진술을 받기는커녕 접촉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세청 6급 직원이던 김씨는 지난해 5월 내부 통신망에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한 전 청장의 책임이 있다'며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이유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 때문에 그는 국세청에서 파면됐다. 이러한 조치는 정부가 정부조직의 내부를 비판하거나 입을 뻥긋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시범 케이스'로 보여주는 듯하다.

내부 비판이나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가 이명박 정부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침묵과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고, 내부 비판마저 처벌하는 정부가 법치와 소통을 얘기하고 있으니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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