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지역살리기 일환

  • 입력 2010.03.22 10:23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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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친환경 식재료에 전면 무상급식 실현'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바라보기까지, 급식운동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급식운동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는 정부 주도로 급식률을 높이는 일이 우선 과제로 꼽혔다. 제5공화국 때인 1981년 '학교급식에 관한 법률(학교급식법)'이 제정됐지만, 실제로 초등학교 급식률이 99.9%로 올라선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 퇴임한 1998년의 일이다. 고등학교 급식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에 99%로 높아졌고, 2002년 중학교 전면 급식이 실시되면서 초ㆍ중ㆍ고 전면 급식이 이뤄졌다.

이렇게 해서 '양'의 문제가 해결된듯했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 위탁급식장에서 크고 작은 식중독 사고가 터지자 급식의 '질'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2년 11월엔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출범해 직영급식, 우수ㆍ친환경 농산물 사용, 무상급식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학교급식의 직영전환을 미뤄왔던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 6월 대형 식중독 사고 뒤에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해 직영급식을 의무화했다.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급식 식재료로 우수한 친환경 농산물 사용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2년 7월 나주에서 전국최초로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제정하면서 전남·경북·경남, 2004년 대전ㆍ인천ㆍ제주 등에서 '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이 성사되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경남 합천군에선 군내 초ㆍ중ㆍ고 37개 학교 4700여 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고 한다. 군 재정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한 해 가용예산이 2,800억원이고 재정자립도는 12%에 불과하다. 군수가 사회주의자이거나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이어서도 아니다. 군수는 물론 군의원 10명 가운데 9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중앙 정치판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해야 하니 마니하며 예산 문제만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지만, 합천군은 고교생까지 부모의 소득을 묻지도 않고 공짜로 밥을 먹인다. 합천군이 무상급식에 예산 문제가 아니라 지역살리기로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합천군에서 무상급식은 지역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군민이 급식재료를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주고 길러서 판다. 급식 메뉴엔 한우 스테이크도 나온다. 학교엔 장독대도 있다. 친환경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농민이 늘고 소득도 커진다. 합천군이 예산에서 쪼갠 17억여원이 고스란히 지역 농민들에게 돌아간다. 지방경제를 빈곤의 악순환으로 몰아가는 부(富)의 외지 유출이 무상급식으로 차단된다. 이 덕분에 인구감소도 둔화되고 교육 여건도 좋아졌다. 이젠 타군에서 고교생들이 유학을 올 정도라고 한다. 합천군은 무상급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만으로 교육과 복지뿐 아니라 환경과 경제까지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전국에서 최초로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제정한 나주시도 무상급식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예산의 문제가 아닌 지역살리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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