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의 씻을 권리

  • 입력 2010.05.03 17:31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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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들은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가들의 선거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환경미화원의 노동이 갖는 공익성과 희생, 성실한 이미지를 정치인들이 빌려 쓰기 때문이다. 남들은 꺼리지만 환경미화원들은 이른 새벽부터 더러운 쓰레기를 도맡아 치워주는 고마운 이들이다. 이런 인식이 있는 반면 '청소부'라고 아무렇게나 부르던 과거가 말해주듯 우리 사회는 환경미화노동을 일견 미천한 직업으로 여기며 푸대접하고 있다.

대개의 육체노동이 역할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환경미화원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새벽 3~4시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환경미화원들은 가장 더러운 일을 하면서도 씻지도 못하고 퇴근한다.

추위나 더위를 피할 수도 없고 매연에 황사에 온갖 고충을 고스란히 거리에서 견딘다.

민주노총은 이달부터 환경미화원들의 이 같은 고충에 주목하고 환경미화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씻을 권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작년 말 의정부, 종로 등 4개 사업장에 대한 정밀조사와 전국 50개 사업장 환경미화원 1050명에 대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근무 후 씻거나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집에 가는 노동자들이 67%에 달한다. 쓰레기, 미생물과 각종 유해물질에 둘러싸인 환경미화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천식이나 기관지염을 앓고 있다. 씻지 못하고 퇴근하는 바람에 가족까지 각종 미생물 등의 오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재해율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평균재해율을 0.7로 산정할 때, 환경미화원들의 재해율은 11이며 민간 청소용역업체는 16.8에 달한다. 위탁 청소업체는 지방자치단체 위탁금에서 이윤을 뽑기 위해 복지제공을 등한시하고 심지어 임금까지 깎는다.

환경미화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위험한 직업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환경미화원의 산재사망률이 다른 직업에 비해 10배나 높고 소방관이나 경찰보다 많이 죽는다고 한다.

반면 덴마크의 사례는 긍정적이다. 쓰레기 선별장에 환기시설을 강화하고 작업복과 일상복을 구분한 사물함을 제공한다. 파상풍 예방 등 오염성 질병 대책도 적극적이다. 따라서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가 있다'는 캠페인은 샤워와 세탁시설, 작업복과 일상복 구별 사물함 등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의미는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나의 깨끗한 생활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땀 흘리는 누군가가 씻지도 못하는 푸대접에 건강까지 해치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환경미화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공익을 실현하는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보다 전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동참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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