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초, 새로운 학교를 꿈꾸다

공교육 개혁의 대안으로 자리매김

  • 입력 2010.07.27 11:14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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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살리기의 성공적인 모델임과 동시에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경기도 광주 남한산초등학교를 우선으로 손꼽는다.

꼬불꼬불한 산길 공원을 지나 해발 400m 정도에 자리 잡은, 1913년에 문을 연 남한산초등학교는 지난 2000년 공원정비 계획과 맞물려 더 이상 인구 유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교생 26명의 복식 3학급의 초라한 학교는 폐교의 위기를 맞았다.

정형화된 교육체계의 대안을 고심하던 일부 지역 학부모와 대도시의 학교 환경뿐 아니라 학교교육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렬했던 학부모들은 단순히 작은 학교를 살리는 차원을 넘어, 기존 학교와 차별화된 새로운 학교를 꿈꾸게 됐다.

전입학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지역민에 대한 설득과 대도시 학교를 직접 방문해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01년 전교생 103명의 6학급 학교가 완성됐다.

남한산초등학교의 작은학교 살리기운동은 지역공동체의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모순의 대안을 공교육 안에서 찾고자 했던 도시 학부모들의 최초의 움직임이었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남한산초는 인근 양평의 세월초등학교, 조현초등학교 등에 영향을 미쳐 경기도 광주, 양평 일대에서 '작은학교 살리기'운동에 불을 붙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도시민이 몰려온다" 시골학교의 고민
세월초, 특성화 교육으로 신입생 급증


폐교위기까지 몰렸던 경기도 양평군의 작은 학교가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최근 입학생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에 자리 잡고 제2의 남한산초를 만들어가는 세월초등학교(교장 강성호)는 올해 21명의 새 식구를 맞았다.

6학급에 전교생 91명이 전부인 이 작은 시골학교는 지난 2006년 전교생이 50명 미만으로폐교 될 위기까지 몰렸지만, 지난해 20명의 신입생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학생 수가 급증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수도권에서 세월초로의 전입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점차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시골의 작은 학교에 도시의 아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정형화된 기존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정규과정에 접목시키면서 삶을 공부하는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지역민, 학교가 공동으로 기획한 '축제'를 비롯해 영화를 직접 만들거나 연극을 공연하고 목공예도 하는 등 철저한 체험위주의 교육을 통해 인성을 키워준다는 점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11명 교사가 학급당 11명에서 20명인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밤늦도록 연구하고 억압과 통제 보다는 '버릇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자유스러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체계화되고 잘 짜여진 교육과정보다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교사들의 열정이 아려지면서 외지인이 일부러 찾는 인기 있는 학교로의 변신이 가능했다.

도시에서 이주하는 신입생 가족이 늘면서 학교 주변에 집을 구하지 못한 일부 가족은 학교에서 8㎞가량 떨어진 양평읍내에 살면서 자녀를 승용차로 통학시키는 가정도 있다.

세월초등학교 남궁역(47) 교사는 "학생 수가 적어 학교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낙후된 시골학교였지만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시에서 찾아오는 신입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강성호 세월초등학교 교장도 "외진 곳에 위치해 학생수도 적어 폐교 대상이었던 우리학교가 살아난 것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주민들 모두가 힘을 모아 신뢰성을 회복했기 때문"이며 "즐겁고 행복한 학교, 부모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교육활동에 전념했다"고 밝혔다.

세월초등학교의 교육 목표는 '문화예술과 돌봄이 있는 학교'다.

이를 위해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이 함께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고 가을운동회와 지역문화 체험 활동을 곁들여 '축제'를 펼치기도 했다.

또 '우리 마을의 달인 만나기'를 통해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배려했다.

맞벌이와 한부모 가정처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돌봄학교'도 운영했고, 부적응 학생을 위한 심리상담과 진단, 치료도 진행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활발하고 격의 없는 소통이 주효했다. 학교홈페이지는 물론 동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인터넷 카페 운영이 활성화돼 250명이 넘는 회원을 자랑한다.

남궁역 교사는 "교사들의 의견이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어 교사들의 성취감이 오히려 지역민들의 만족도보다 크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렇듯 지역사회와 동문, 학교 등 공동의 노력으로 '작은학교'는 하루하루 발전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현초, 시골학교의 화려한 변신
"점수보다 삶의 변화 능력 기르는 교육"


세월초등학교처럼 시골학교인 조현초등학교도 올해 4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전교생이 182명으로 늘어 처음으로 1학년을 2학급으로 나누기까지 했다. 내년엔 입학생까지 전교생 200명 예정으로 학교를 증축중이다.

조현초의 변화는 지난 2007년 이중현(54) 교장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기존 교장이 정년퇴임할 경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장공모를 신청할 수 있으며, 내부형 교장공모에는 교직 경력 20년 이상의 평교사가 응모할 수 있다.

이중현 교장은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더불어 나누는 삶의 자세를 가진 어린이를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변화,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인 혁신학교를 통해 건강한 교육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환경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 전입 학부모 6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 이상이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도시의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의견 이었다"고 밝히며 체험 교육에 중점을 두는 학교의 교육방침을 전했다.

조현초의 장점은 다양한 교육과정과 지원 프로그램 운영이다.

작가와 만남을 연6회, 진로 초청 강연을 연2회, 매년 전교생 진로적성검사, 독서캠프, 영어캠프 등을 진행 중이다. 거기에 자연이 어우러진 학교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장이자 놀이터가 된다.

학생들에 대해 기초학력지도와 보충학습지도는 물론 미술치료사를 통해 학습심리치료까지 마련했다. 방과후 교육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도록 돕고, 학년별로 창조학습을 20시간이나 배정했다. 학생이 통지표에 스스로 자기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특히, 조현초등학교는 자발적인 학부모의 교육 참여가 눈에 띠는 특징이다. 실제 조현초는 학부모들이 여는 학생캠프(1박2일)를 진행한다. 프로그램 기획에서 강사 섭외까지 부모들이 직접 준비한다. 이는 학교 교육으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이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수용되기도 한다. 지난해엔 6학년만 진행했던 것을 올해는 3~4학년 학부모들도 검토하고 있다.

이 교장은 "점수나 지식의 양 위주가 아니라, 지적 능력과 총체적 학력, 삶의 변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추구 하고 있다"면서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노력해 학부모가 만족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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