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상점의 간판이 아름다운 도시미관으로

  • 입력 2011.12.15 13:08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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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큰 담수호인 비와호를 끼고 발전한 가로디자인 도시 히코네.

작고 아담한 모습은 나주와 많이 닮았다는 첫 인상이다. 일본에서 가장 역사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교토에서 2시간 거리다. 잘 정돈되어 깨끗한 거리와 요란하지 않는 간판이 가로디자인으로 성공한 도시라는 점을 실감나게 만들었다.

히코네 시는 일본에서도 그 역사와 문화유산을 인정받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1603년 이이 씨(井伊氏)가 건설한 히코네성을 중심으로 발전한 조카마치(일본에서 영주의 거점인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를 말한다. 성의 방위시설이자 행정도시, 상업도시의 역할을 하였으며 '성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이다. 히코네성과 조카마치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나고야와 고베 간 고속도로를 따라 직물ㆍ시멘트ㆍ펄프 등의 산업이 발달해 있다. 그러나 히코네의 중심은 바로 문화관광산업이다.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가 어떻게 가로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하여 도심재생을 성공시켰는지 매우 긍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히코네역에서 시청사를 거쳐 히코네성 정문으로 가는 큰 길은 현대적 감각을 살려 작은 물길과 가로수로 새롭게 단장하여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히코네 성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전통의 거리는 일본 조카마치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모습이다. 모두 단층 건물로 일본 전통양식 그대로 아기자기한 건축물이 여성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전통 건축물뿐만 아니라 간판이다. 모두 규격화되었지만 획일화된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요란한 네온이나 화려한 색상, 프라스틱 등 현대적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목재를 사용하여 단아한 느낌을 준다.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잘 정돈된 상점은 관광객을 쉽게 끌어들이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상점을 알리는 간판은 조례에 따라 목재를 사용하고 규격이 정해져 있다. 우리처럼 갈수록 화려하고 건축의 미를 훼손하는 대형간판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한다. 소박하지만 단아한 느낌을 주고 전통양식의 건축미를 살려주는 간판이야말로 히코네시가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거리를 만들고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가로수와 가로등도 마찬가지이다. 아스팔트로 만들어진 자동차도로의 바닥은 특이하게 노란색이다. 안정된 느낌을 준다. 보행자도로는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으며 사치스럽거나 요란하지 않아 정적인 느낌마저 준다. 걸어다니면서 자동차사고에 대한 불안감도 없다. 충분한 보행권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거리마다 다른 형상의 가로등은 거리의 특성을 살려 디자인했다. 또한 가로수도 거리의 지형과 특성에 맞춰 식재했다. 어느 거리를 걷더라도 다른 느낌을 주지만 또한 별개라는 느낌은 생기지 않는다. 아담하고 소박함에서 묻어나오는 정취는 바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덕수궁의 돌담길처럼.

히코네 시의 관광홍보 담당인 야마시타씨는 "일본에서는 1998년 중심시가지활성화법을 제정하여 시가지 공동화현상을 극복할려는 노력을 해왔다"면서 "우리 하코네는 다행히 일본 4대성 가운데 하나인 하코네성을 비롯하여 전통건축물 등 역사문화유적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 이를 활용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고 말한다.



멋있는 역사길 만들어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



사실 일본은 도심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 중심 시가지 발전을 위해 1998년 '시가지 형성 3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과 중심시가지활성화법 그리고 개정도시계획법이다. 하지만 경제발전과 산업화에 따른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지 못했다. 이는 '시가지 형성 3개 법'이 주변 환경에 대한 배려를 점포허용기준으로 설정해 대형소매점에 교외로의 이전동기를 부여했고 활성화 기본계획 평가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토지이용 규제가 현실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06년 3개법을 개정하기에 이른다. 각종 도시기능을 중심 시가지에 집중시키는 '압축도시'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가나자와의 부케야시키와 가쯔에마찌 그리고 나가하마의 쿠로카베지구 등은 역사길로 유명한데 이처럼 각 지자체엔 중심시가지에 각각의 특성을 지닌 거리가 발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마시타씨는 "처음엔 거리조성이나 간판의 규격화 등의 계획을 세울 때 일부 상인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애로사항을 설명하면서 "하지만 시장의 결단력과 리더쉽을 바탕으로 하코네시의 비전을 제시하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결국 일본의 지자체들은 중심 시가지 활성화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얻기 위해 개정된 '시가지 형성 3개 법안'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상인의 자조적인 노력을 이끌어내고 외부기관의 지원과 협력을 유도하여 시민의 이해를 구하여 성공적인 도심재생을 이룬 것이다.

하코네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현재와 과거가 잘 조화된 느낌을 받는다. 전통의 거리엔 장인의 솜씨가 묻어나는 상품과 오랜 가업을 이어온 아이스크림이나 종이 그리고 전통음식을 판매하는 조그마한 음식점 등이 옛날로 돌아간 추억을 안겨준다. 전통의 거리를 벗어나면 현대적 감각을 살린 거리가 이어지고 상점들도 모두 최신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면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멋스러움이 그대로 배어있다.



행정과 시민의 소통으로 사회적 협의 이뤄



하코네시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유독 담배를 좋아하는 일본인이 어쩜 저전 발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만든 조례가 있다. 바로 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정한 것이다. 물론 역사문화유적이 있는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막무가내 식의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정도의 간격을 두고 흡역 구역을 정해 놓고 있다. 조례제정을 통해 금연의 거리를 지정했다는 안내문과 함께 나무 밑이나 거리의 한적한 곳에 휴지통 재떨이를 설치하여 '흡연자의 권리' 도 보장한 것이다.

길거리에 담배꽁초하나 보이지 않고 쓰레기하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코네를 찾는 외지인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자는 배려에서 나온 정책은 결국 하코네시를 최고의 쾌적한 관광도시로 만들어 낸 것이다.

산업화와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것을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의 것만으로 도심재생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룬 하코네시의 작은 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린 서양의 화려한 문화를 동경하고 무조건 좋다는 인식을 한 때가 있었다. 지금도 지자체에서 지역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무조건 외국이나 다른 지자체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자신의 것을 잃어버리는 것도 큰 문제다.

하지만 히코네시는 우리 것을 잘 활용하고 개발하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사례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편리하고 실용적이지도 않지만 선조들의 사무라이문화를 잘 계발하여 오늘날 하코네라고 하는 이미지마케팅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하코네만의 하코네만이 가진 독창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춘 점이 바로 도심재생의 성공비결이다.

김준

이번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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