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영산강변과 어우러진 자전거도로

역사문화자원 풍부하나 연계성 부족

  • 입력 2011.12.15 16:06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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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끔 떠나고 싶어 한다. 자전거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나주를 한번 돌아보자. 여행을 하면서 '자전거도시'를 꿈꾸었던 행정의 이모저모도 살펴보면서.

솔직히 나주가 역사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나주에 대해서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에게 나주는 우리나라 어느 한 곳에 있는 중ㆍ소도시일 뿐이다.

우리는 나주하면 대표적으로 '나주 배'와 '영산포 홍어'를 떠 올린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나주를 돌아보기 위해 자전거를 한 대 마련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20년째 독자인 광양의 향우가 보내주셨다. 이제 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면서 돌아다닐 참이다. 나주라는 고향을. 여행이란 원래 여유로울수록 좋은 것 아닌가.

나주는 약 100㎞ 정도의 자전거도로가 있다. 언뜻 보기엔 많은 거리 같지만 문제는 연계성이다. 도심 내 또는 관광지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는 차도로 중간 중간 끊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용도로 변한 곳도 많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부정책에 급하게 반응하다보니 줄만 그어놓고 자전거도로라고 명명했기 때문이다. 나주시에서 추천하고 있는 자전거 여행코스는 아직 공사 중이다.

그 가운데 비교적 양호한 자전거도로인 나주역에서 다시 구진포 터널까지 3.6㎞ 철도폐선 부지에 조성된 자전거 테마파크 도로를 달렸다. 영산포폐선부지 공원을 가로지르며 달린다.

전용도로 옆으로는 가로수가 예쁜 자태를 보인다. 뿜어져 나오는 분수를 감상하며 조금 달리자 옛 영산포역은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를 짓는 중으로 부산스러웠다.

삼영동 부영아파트를 뒤로 하고 조금 더 가자 도내기샘이 나왔다. 한 세상을 풍미했던 나합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작고 아담하고 작은 우물이다. 나합은 구한말 세도가였던 김좌근의 애첩으로 세도정치에서 가장 권세를 부린 여인으로 많은 야화를 남겼다. 나합은 영산포 삼영동에서 태어났는데 성씨는 양씨라 하는데 확실치 않다. 나합은 자라면서 자태가 곱고 소리를 잘하고 기악에도 뛰어났다. 그녀의 집은 현 내영산마을 건너 어장촌 근처로 가까이 있던 도내기샘을 이용했는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애태우는 총각이 많았다. 그래서 '나주영산 도내기샘에 상추 씻는 저 큰 애기, 속잎일랑 네가 먹고, 겉잎일랑 활활 씻어 나를 주소'라는 민요가 나돌 정도였다.

후에 나합이 김좌근의 애첩이 되면서 도내기샘은 나합샘으로 불리었다. 언젠가 전국에 흉년이 들었을 때 나합이 김좌근을 졸라 나주에 구휼미를 풀어 사람들을 도왔다 하는데 그런 탓인지 나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김좌근영세불망비'가 서 있다.

가는 도중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황금빛 들녘과 멀리 보이는 크고 작은 야산들이 나를 반긴다. 산비탈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나뭇잎들의 모습과 가로수들이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에서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힘차게 페달을 밟아 택촌에 이르렀다. 그곳은 미천서원이 있는 곳이다.

제창마을에 있는 미천서원은 옛 국도 1호선을 따라 가면 영산포 삼거리에서 구진포 쪽으로 약 1/3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제창이라는 마을 이름은 조선조 정조때 홍봉한이 흉년에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세운 제민창이 있었던 데서 생긴 이름이다. 제창마을에 정부양곡창고가 자리하고 있어 옛날을 되새기게 한다.

이 마을 맨 위쪽에 자리한 미천서원은 조선시대 숙종때 남인의 영수였던 미수 허목을 배향하고 있는 사액서원이다. 미수 허목의 문집인 기언(記言)목판 1,816장이 장판각에 보관되어 있으며 매년 음력 3월과 9월의 초아흐레에 유림들이 모여 제사를 지낸다.

허목(1595~1682)은 학자로 연구와 저술활동에만 전념하다가 60이 넘어서 벼슬길에 올랐으나 당쟁으로 인해 사직하였다가 남인이 득세하자 우의정에 올랐다. 당대에 우암 송시열과의 예송논쟁은 매우 유명하다. 또한 송시열이 앓아누웠을 때 이독제독의 처방전을 주어 처방대로 약을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일은 유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불만 하나가 튀어 나왔다. 자전거 도로는 잘 돼 있지만 자전거주차장이 없다. 아쉽다.

불만을 뒤로하고 1차선 정도의 넓은 자전거 도로를 즐겼다. 사람도 없고 속도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는 길에 2명의 라이더를 지나쳤다.



테마 찾아 떠나는 자전거여행 기획 필요



앙암바위 또한 볼거리였다. 영산강 사업이 끝나면 깊이 잠기겠지만.

경관이 어찌나 좋은지 누구든 한번쯤 쳐다보지 않는 이가 없는데 여기에는 삼국시대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제창마을에서 구진포 터널 앞까지 280m는 아직 미완성이다. 구진포 터널 앞까지가 자전거 테마파크 전용도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구진포 터널을 가봤다. 한참을 달려 땀이 났으나 여기 들어오니 시원했다. 옆에는 노란페인트로 대피소라고 적혀있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터널이라는데 적벽돌로 하나하나 쌓은 것이 예사롭지 않다. 당시의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역사물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구진포 터널을 그냥 방치하기에는 아까운 역사자원이다.

구진포 터널에서 왼쪽으로 가면 조금 달리면 영모정을 거쳐 천연염색관이 나온다. 여긴 영산강이 흐르고 있어 4대강 사업과 맞물려 국비로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 질 예정이다. 영산강 변 수변공원과 연계한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면 한강둔치 도로만큼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 여행자들에게 자전거여행의 장점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직접 걸을 때보다 피로감도 덜하고 자동차처럼 환경과 단절되지도 않는다. 자동차의 속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주변과의 접촉을 자전거를 탐으로써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전거의 매력이다.

자전거 여행은 그냥 평범하다. 비용도 적게 들고 부담스럽지 않아 그래서 좋다. 나주라는 곳 역사유적이 분산돼 있어 자전거 도로망이 구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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