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방적 살처분 방식만 능사 아니다

  • 입력 2011.12.15 20:46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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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가 지난 8일 처음 발생한 후 13일 만인 20일 현재 74농가 166만6천400만 마리가 살처분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4일 기준 39농가 92만3천690만 마리 보다 35농가 74만2천710마리가 늘어난 것으로 일주일 만에 살처분 농가가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나주지역 곳곳에 AI확산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구제역 위험이 가시지 않아 축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축전염병 재앙의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AI 확산에 대한 위험은 막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희망관측이다. 20일 영암에서 또다시 AI감염농가가 나왔다.

시 관계자도 AI를 완전히 잡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15일 여 동안 정신없이 보낸 시나 방역당국도 아직 경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AI가 나주를 휩쓸면서 축산 농가들은 '쓰나미'를 연상하는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다시는 이러한 재앙이 우리지역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후 약방문 식'이라 할지라도 미래를 위해선 꼭 실현해야할 과제이다. AI발생 후 '살처분 매몰'로만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물을 살처분 하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환청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주민들은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을 우려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예방적 살처분을 하면서 매립지역을 선정하지 못하고 급기야 역사유적지에 매몰하는 과실도 범했다. 안락사 후 포대에 담아 매립해야하는데 그냥 산체로 매몰하는 문제점도 나타냈다. 그뿐만 아니다. 획일화된 예방적 살처분 지역도 축산농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발생지역 반경 3㎞ 이내에 있는 농장도 예방적 살처분 한다는 확대도 농민들의 반감을 샀다. 건강하고 전염되지 않는 닭오리의 예방적 살처분을 농가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평소에 방역관리에 신경쓰고 면역력을 증대시킨 농가라면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준비되지 않은 방역체계와 사후관리에 대한 문제다.

AI는 아니지만 일본 미야자키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신고와 강력한 초동 방역대책으로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 사례가 있다. 일본은 예방적 살처분을 하지 않고도 구제역을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예방적 살처분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규정돼 있으나 일본은 아직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비효율적 방역과 기계적 살처분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비인도적인 예방적 살처분을 하지 않고서도 철저한 관리와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구제역ㆍAI 대책,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살처분 방식은 전염병 확산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으며 환경오염 등 2차 피해 발생 가능성뿐 아니라 동물 생명권 차원에서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차원의 역학조사 체계 구축 등 국가검역 시스템이 시급히 정비되어야하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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