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산 아들이, 차암 영리했어요. 그런디 말을, 서(혀)가 짧어. 서가 짧어서 말이, 발음이 지대로 안 되야요. 서 짧은 소리를 헌다 그 말이요.
그런디 윤고산 큰아들이, 어째 쫌 한가허던가 어쩌던가. 가만히 생각해본께, 나주고을 가서 양반이 많이 산다 허더라. 나주고을이, 참 양반 아조, 막 담어다 붓은 디요. 나주 관향을 쓴 성씨가, 아마 칠팔 성씨가 될 것이요. 나주 정씨라 할지, 나주 임씨라 할지. 나주 나씨라 할지 또, 나주 김씨라 할지 나주 박씨라 할지, 요렇게 해서, 한 팔구 성(姓)이 되야요. 나주, 나주 본(本)을 쓰는 성씨가. 이렇게 말허자먼 양반이, 말허자먼 많이 사는 디다 이것이여, 나주가. 또 전라남도뿐이 아니라, 전국에서도 정승이 일곱 난 고을은 나주밲에 없을 것이여. 정승이, 이 한 고을에서 일곱이 났어, 이조 시대에. 그래서 말허자먼 목사고을이라고 허고.
아, 윤고산 큰 아들이 가만히 생각해본께, 심심허고 그런께 인자 나주고을 가서 양반들이 많이 산다더라 그런께, 나주 사는 양반들이 어트게 행색을 허고 사는가, 한 번 구경해봐야 쓰겄다 허고는. 그런디, 나주 가서 임씨 박씨가 많이 살고, 거그서 인자 참 잘 되고, 행세허고 산다더라 해서 저, 회진을 딱 들어왔어, 여름인디. 여름에. 동네 앞에 가, 우상각이 있단 말이요. 우상각, 쉬는 디.
한낮인디, 거그를 따악 들어간께 젊은 청년들이 모도 모타 안거서 인자 장기를 두고 헌단 말이요. 그런께는, 그 윤고산 아들이 인자 거그 가가꼬는, "아이갸. 참 쉬여개였다" 좀 쉬어가야 쓰겄다고잉, 이리 서 짧은 소리를 해.
그러고 인자 딱 걸터 안거. 안근께, 아, 장기 두는, 그 동네 청년들이 돌아본께는. 이, 무슨 놈이, 서 짧은 소리를 허거던. 그런께 웃을 것 아니요? 우서울 것 아니요? 그런께는, 이 사람들이 장기를 두며 그 사람 숭을 내. 윤고산 아들 숭을 내. '장군 받자.' 소리를, "짱군 바짜, 짱군 바짜."
요렇게 숭을 내, 인자. 그렇게 숭을 내먼서 장기를 뒤어.
그래 윤고산 아들이 가만히 생각해. '아, 저것들이 내 숭 내구나.' 이러고는, 뭐라헌고이는, "아야, 여기도 나 같은 양반이 많이 있쪄이잉."
'자기 같은 사람이 많이 있다.'고. 아, 자기 같이 말, 서 짧은 소리를 헌께.
"여기도 날 같은 양반이 많이 있쪄이잉"
그 사람들이 들어본께, 니미. 자기들도 인자, 서 짧은 사람, 병신 취급을 허거던. 윤고산 아들이. 그러 안 허요? 그런께 말허자먼, 거그 와서, 누군지는 몰라도 와서 말, 숭 잘 못냈다가 오히려 되 당했어잉. 그런가 보다 허고. 가만히 생각해본께, '저 사람이 어서 왔는고?' 허고는, 물어봤어.
"당신 어서 왔소? 어디서 사시오?"
헌께, "나 해남 사요, 해남 윤가요"
그러거던. 인자,
"해남 사는 윤간디 인자, 내 아버지, 자는 선(善)짜 도(道)짜고, 호는 고산(孤山)이라"고. 그런께 다 알지러이, 그 사람들도. 인자 그런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