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나주이야기 연재를 마치며

이수자 교수(중앙대학교 민속학과 겸임교수)

  • 입력 2011.12.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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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대학에 근무하여, 나주를 잘 알게 된 것은 어찌보면 내 인생에 있어 큰 행운이었다. 그 전에는 나주라고 하면, 그저 전라남도에서 '라'자가 나주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과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멀고먼 남쪽에 있는 어떤 곳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학에 근무하게 된 덕분에 나주의 속내까지 잘 알게 되었으니 정말 고마운 것이다.

나주에는 금성산도 있고, 영산강도 있으며 드넓은 평야도 있다. 고분군 및 고려 왕건과 장화왕후의 이야기가 전할 만큼 유구한 역사도 있다. 그런 만큼, 나주는 문화층이 아주 깊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나주를 접했을 때, 나는 나주가 가진 이러한 자연적 ? 인문적 환경 덕분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전해지고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빨리 이런 이야기를 채록해 두어야 한다고 문화원을 졸랐다. 결과로 만나게 된 분이 바로 나종삼 어르신이다.

나종삼 어르신은 만날 때마다 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어르신 자체가 이야기 화수분인듯 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학을 빼고, 거의 1년간 반남면에 있는 어르신 댁을 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녹음해 왔다. 비오는 늦은 밤, 혼자서 나주로 돌아올 때는 무서울 때도 많았다. 길거리에 있는 비석들이 마치 죽은 사람이 부활하여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과로 어르신으로부터는 약 500여편의 이야기를 채록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어린 시절 들었지만 처음 해보는 이야기도 있다 하니 얼마나 총기가 좋으신지 알 수 있다. 이야기 중에는 나주, 영암, 무안, 함평 지역을 포함하여 여러 곳의 이야기들이 있고, 인물담, 풍수담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이번 나주신문에 연재한 이야기 20편은 특히 나주지역과 관련된 내용만 추린 것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통사회에 있어서는 아마도 어르신과 같이 이야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분들을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 이유는 텔레비전의 보급이나 화투문화의 보급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나종삼 어르신은 나주의 보배이며, 또한 우리나라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채록한지 벌써 10여년이 지났으므로 이제 빨리 자료를 책으로 출간해 드려야 할 텐데, 이왕이면 나주 쪽에서 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더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소중한 이야기를 해주신 나종삼 어르신과 옆에서 이야기판 분위기를 도운 나정희씨, 나주에 인연을 맺게 해 준 나주대학의 박종채 교수님, 그리고 나주에 근무할 때 많은 도움을 주신 나주시청 윤지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직원분들, 나주문화원 식구들, 그리고 이러한 지면을 빌려준 나주신문 및 이헌영 기자님, 그리고 그간의 이야기들을 읽어주신 나주신문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역사의 도시, 나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이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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