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제 제기로 민ㆍ관ㆍ산ㆍ학협의회 이끌어내다

무분별한

매립과 개발로 오염된 마산만

  • 입력 2011.12.20 12:35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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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창원시는 298㎞의 해안선을 가진 해양도시이다. 우리나라 중부이남 동남해안에 위치한 창원에는 창포만, 진동만, 행암만, 마산만 등의 만이 위치하고 있다. 만은 육지쪽으로 움푹 들어온 바다를 이야기 하는데 이런 곳은 바닷물이 잔잔하고 해조류가 많아 어류들이 어린시기를 보내는 곳으로 수산자원의 보전을 위해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자랑하던 마산만이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수영도 할 수 없고 어패류도 채취할 수 없는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영찬아, 저기 보이는 바다를 한번 보렴. 아빠 어릴 적 마산만은 아주 깨끗한 바다였단다. 그래서 먹는 게, 조개, 물고기도 많이 잡히고 유명한 해수욕장도 있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왜 해수욕장도 없고 수영하는 사람도 없어요?"

"그건 마산만이 오염됐기 때문이란다. 마산만에 있던 갯벌과 갈대밭을 흙과 콘크리트로 채워 공장과 아파트를 짓고 공장과 가정에서 더러운 물을 마구마구 바다로 흘러 보냈기 때문이지"

마산만을 바라보며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이 마산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한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마산만이 달라지고 있다. 바로 민관산학협의회의 활동 때문이다. 경남대학교 이찬원 교수가 마산만의 오염실태를 고발하면서 시작한 '마산만 살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마산만 살리기'는 대학이 지역사회와 결합하여 지역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연구와 실태조사 등 전문적인 기술을 통하여 환경을 살려 나가는 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고파의 노랫말과 고향바다에 꿈에도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물 빠지면 게 잡고, 물고기 잡던 기억이 남아 있는 마산만을 시민과 대학 그리고 환경운동단체, 지자체가 하나되어 다시 태양빛에 은비늘이 반짝이듯 아름다운 곳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산만에 매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60년대부터다. 월영동 해안 매립지에 한국철강이 들어서고 바냇들이라 불리던 갈대밭에는 섬유공장 한일합섬이 둥지를 틀었다.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창원국가산업단지도 매립지에 들어섰다. 공장과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종 오염물질이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 갯벌과 갯벌 생명은 사라져버렸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단지가 들어선 곳은 김양식장이 성행할 정도로 청정지역이었지만 1994년 덕동하수종말처리장과 2001년 진해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오염된 물이 그대로 마산만으로 흘러들었다.

원래 마산만은 서해의 강경, 동해의 원산과 함께 전국 3대 수산물 집산지 중 하나였다. 마산만과 진해만에서 잡은 수산물은 넘쳐나고 통영, 거제에서 잡은 수산물을 다른 도시로 보내는 등 수산시장이 활발하게 발달하였으나 적조현상으로 어획고와 위판량이 줄어 점점 쇠퇴하게 되었다.

마산만의 명성을 알리던 가포해수욕장과 월포해수욕장은 오염으로 1975년 수영금지령이 내려지고 매립으로 아름다운 해안선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기억속으로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여기에 마산만의 오염을 가속시키는 호리병 지형은 결국 인간이 무절

제한 매립과 개발로 오염물질이 바다로 나가지 못해 퇴적되어 극심한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로 인해 1979년에는 어패류 채취금지령이 내려지고 1982년엔 적조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는 아픔을 겪은 곳이 바로 마산만이다. 2000년엔 최악의 상태인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돼 마산만 연안지역 주민들이 분노를 통해 "우리 손으로 마산만을 살리자"고 나서게 된 것이다.

경남대 이찬원 교수가 무절제한 매립과 개발로 인한 마산만의 오염실태를 보고하면서 "이대로 마산만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시민들이 나서게 되었다.

1991년에 창원, 마산, 진해 유역에 총오염물질 부하량 삭감안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마산만 살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2001년에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구기관이 참여하여 '마산만살리기 시민연합'을 발족하고 환경교육과 바다청소 등 마산만을 살리기 위한 활동들이 시작되었다.

2002년 경남대 이찬원 교수를 중심으로 민관산학 협력체인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지역포럼'이 운영되고 2004년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이 계획안에 환경보전과 지역발전의 조화를 위해 '연안오염총량관리제'가 제시되었고 드디어 2005년 10월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민관산학협의회'가 구성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8년 10월 마산만 연안오염총량관리제가 시범적으로 도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민관산학협의회는 마산만 환경개선을 위해 지역 이해관계자 스스로 지역특성에 적합한 관리방법을 발굴하고 실천하기 위해 구성된 지역중심의 협의기구이다. 국토행앵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지방해양항만청, 낙동강유역환경청, 해군진해기지사령부, 통영해양경찰서, 마산ㆍ창원ㆍ진해상공회의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합포만살리기연합회, 진해만살리기 환경감시단, 창언물생명 시민연대, 경남대학교 등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산업체, 전문가, 환경단체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 기능은 총량관리 추진에 따른 이해관계 협의·조정과 마산만 환경현안에 대한 실무를 검토한다. 이는 결국 지역문제를 민관산학이 협력하여 해결하고 환경보호와 지역발전을 현명하게 추진하는 인식제고 및 지역역량을 강화하는데 그 발판이 되고 있다.

또한 협의회는 정부의 일방적 주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역 이해관계자의 주도하에 지역 특성에 적합한 관리방법을 스스로 발굴하고 시행할 수 있는 법정 협의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민관산학협의회는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비롯한 해역환경개선 대책을 지역의 특성에 적합하게 스스로 발굴하고 이를 관련 이해당사자가 합의ㆍ시행하는 선진적 지역협력체계라 할 수 있다.

민관산학협의회 전홍표 사무국장은 "민관산학협의회는 경남대학교에 입주해있으며 국가에서 시행하는 수질 관련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지역에서 정책적인 내용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며 "협력네트워크 허브기관으로서 환경지식의 확산ㆍ공유 체계 구축, 합리적 근거마련, 정책수요기관의 정책활용도를 제고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90년대 초반까지 마산만의 수질환경, 오염총량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국가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프로젝트를 발주하여 이뤄졌으며 초반에는 연안 오염, 이후에는 육지에서부터 관리하는 범위로 확장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민관산학협의회는 마산만의 수질 및 환경개선을 위해 연안오염총량관리 교육 프로그램 운영, 시민생태조사단 운영 그리고 활발한 국제교류 및 협력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연안오염총량관리의 수질목표(하계 COD 중앙값 2.5㎎/L)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수영하고 낚시할 수 있는 마산만('Fishable and Swimmable Masan Bay)'으로 만들기 위해 해양쓰레기 정화활동, 갈대 심기, 세탁기 바로 놓기, 시민환경체험교육, 토론회, TV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 중이다.

2008년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시행하면서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해역의 수질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사라졌던 어류가 돌아오고 있다.

특히 봉암갯벌은 갈대와 각종 염생식물, 철새, 게, 갯지렁이 붉은발 말똥게(멸종위기종)가 서식하는 곳으로 회복되었다. 마산만은 오염의 바다에서 생명과 풍요의 마산만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시민들이 바다를 체험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 김준 기자 najuk2010@hanmail.net

사진 공동기획취재단 장태엽 기자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마산만 연안오염총량관리제란

마산만은 해류소통이 불량한 반폐쇄성 해역이며 산업단지, 항만, 도시에서 배출하는 산업폐수와 생활하수의 영향으로 해역의 환경이 훼손된 지역이다.

마산만의 환경 개선을 위해 특별관리해역 지정(1982년), 저질환경개선사업 실시(1990년), 하수처리장 신설(1993년) 등 다양한 관리정책을 시행하였으나 해역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마산만의 환경용량에 기초하여 사전예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도입하였다.

연안오염총량관리제는 해역의 자원가치와 용도를 고려하여 관리 물질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유지ㆍ달성하기 위한 해역의 환경용량(허용부하량)을 산정하여 해역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허용부하량 이내로 관리하는 제도이다

해양환경용량의 범위 내에서 오염물질의 유입량을 관리함으로써 해양환경관리와 연안 경제발전의 조화를 가장 비용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선진 제도이다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통해 해역 및 하천의 환경 조사, 오염원 정밀조사, 해양생태계 모델링 등을 통해 해역과 유역의 특징, 오염물질의 배출량과 경로,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진단함으로써 해역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농도규제의 한계를 극복하여 효과적·탄력적 환경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 또 목표수질 설정, 오염부하량 할당, 기본계획 수립 등 제도 도입·시행의 제반 과정이 지역의 이해관계자(민ㆍ관ㆍ산ㆍ학)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추진되어 실효성이 매우 높은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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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원 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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