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이 문 닫으면 안되는 이유

  • 입력 2013.05.20 10:59
  • 기자명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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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이 문 닫으면 안되는 이유

김선영(농민약국 약사)

약국에 있다 보면 다리를 쩔뚝거리며 병원과 약국을 출퇴근하는 할머니들이 많다. 한 군데만 아픈 것이 아니고 무릎이 아팠다가 어느 날은 백내장이라고 수술해야 한다고 하고, 또 치아가 문제가 생겨 치과를 들락거려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거의 날마다의 출근에 왕복버스비(힘들면 택시),병원비, 약값 등등 이제 버는 일보다 쓰는 일이 많으신 연세에서는 무시하지 못할 의료관련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야하는 것이 요즘 어른들의 상황이다. 할머니들의 이런저런 하소연을 듣다보면 ‘나이 들면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해’ 하는 단순한 생각부터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겨버린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과 의료’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이고, 이것을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복지국가의 염원은 공염불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경상남도 홍준표 도지사가 튀고 싶었을까? 도지사가 된 지 100여일, 진주의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경영상의 적자를 이유로, 병원 관계자들, 환자들, 진주시민 등 누구하고도 의논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2.26) 그 뒤 의료원 폐업에 항의하며 싸우는 시민들의 저항의 목소리도 뒤로 하고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하는 용감함을 과시하기도 했다.(4.12) 그 와중에 입원환자들에게 병원이 문 닫으니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종용이 이어졌고, 할머니 한 분은 병원을 옮긴지 이틀 만에 돌아가시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폐원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투쟁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강행처리 하겠다던 폐원조례안은 상정하되 그 처리는 6월로 미루기로 잠정합의하고 매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실질적인 휴업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상화를 포함한 협상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지난 달 말 농민약국 수련회 중에 투쟁 지지방문 차 찾아갔던 진주의료원의 텅 빈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의료원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었는데 빛 좋은 개살구였나 보다.(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 7%, OECD 평균 70%) 실제 공공병원 지원액이 2011년 대비 19% 줄어들었다고 한다.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앞으로 지원액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고 한다.
공공의료기관의 목적이 무엇인가? 돈을 많이 벌자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제 때에 치료 받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아파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거나 가정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사람들의 삶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적자가 계속되니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지원금을 더 많이 책정하고 질 좋은 시설과 의료진, 서비스로 지역민들의 건강과 지역의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고민들이 되어야 한다.

복지국가는 국민들의 최소한의 생존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경쟁력 없는(=돈 못 버는) 공공의료기관을 없애고 의료민영화를 통해 경쟁을 부추기고 그걸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인다는 발상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돈 없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노후에 가장 근심거리 중 하나인 건강을 국가가 책임진다면 국민들은 더 열심히, 행복하게 일터를 지킬 것이다.

진주의료원 폐쇄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저 먼 경상도만의 일이 아니고 나의 건강한 삶의 토대를 부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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