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입단속, 될말인가

  • 입력 2013.06.10 10:14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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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단체 입단속, 될 말인가

여우와 두루미, 유명한 이솝우화다.
어느 날 여우가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한다. 두루미가 문을 두드리자 여우가 반갑게 두루미를 맞이한다.


그러나 두루미를 식탁으로 안내한 여우가 내놓은 것은 납작한 접시에 담겨진 국이다. 여우는 혓바닥으로 맛있게 국을 핥아 먹으며 권해보지만 두루미는 한 입도 먹지 못한다. 뾰족한 부리가 쿡쿡 찍히기만 해서 도무지 먹을 수가 없다. 며칠 후 이번에는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하고는, 목이 긴 병 속에 맛있는 국을 내놓았다.

 

물론 두루미는 긴 부리를 병 속에 넣고 잘 먹었지만 뭉툭한 주둥이를 가진 여우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나주 미래일반산업단지 재협약 동의안이 협약체결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시의원 3명이 의원직 줄 사퇴서를 제출한 가운데 진통 끝에 나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사업은 애초 민자유치로 시작됐지만 나주시가 사업비 2000억원을 조달하는데 보증을 서고 분양을 책임지기로 하면서 특혜시비가 불거져 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이다. 시는 1차 사업자가 빌린 사업비의 상환시기가 임박하자 2차 사업자를 선정해 난국을 타개하려고 두 안건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통과 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반대하던 시의원 3명이 사퇴하고, 1차사업 당시 참여했던 고건산업개발과 자문회사 가원(주)이 나주시를 상대로 사업시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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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감사원이 최근 전남도에 미래산단 관련 나주시 관련부서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미래산단 사업추진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집행된 사업비 회수 등을 요구하는 등 미래산단 적법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래산단은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정치 세력간 대립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두 자신들의 입장과 논리가 있겠지만 미래산단의 성공적인 추진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지역정치권 모두를 싸잡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를 빗대며 지역정치권의 정치력 부재를 꼬집고 있다. 상대방을 서로 인정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았던 여우와 두루미 일화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지역정치권을 비유한 셈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미래산단은 시의회를 통과했다. 임성훈 나주시장은 동의안이 통과된 이후 “앞으로 모든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주시가 하는 것을 보면 영 틀렸다. 미래산단 안건이 시의회를 통과하기가 무섭게 미래산단을 반대한 시민단체의 목소리부터 원천 봉쇄할 심산이다. 나주시는 17일부터 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관리를 변경하겠다고 한다. 기관이나 단체 명의로는 자유게시판을 이용치 못한다는 것이다. 우스운 일이다.

 

 그동안 미래산단의 불법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나주시 자유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를 겨냥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다.


그렇지 않아도 민선5기 출범부터 지적받아온 나주시 소통의 부재를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미래산단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반성하기는 커녕 시민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려는 불통 행정의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실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는 행정, 문제의 근원은 역시 소통이다. 이는 중앙정부, 나주시, 나주시의회라고해서 다를 바 없다.


미래산단을 둘러싼 불법성은 물론 불통행정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의원 3명의 의원직 줄사퇴는 일방행정에 대한 경고장인 셈이다. 불통을 상징하는 여우와 두루미 일화는 그래서 나주정가에 더욱 맞는지도 모르겠다. 소통과 불통, 두 단어 사이에서 민심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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