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의 흔적들로 신비스런 풍경 담아 내

젊은 작가 '설박',콜라주기법 이용 산수 수묵화

  • 입력 2013.09.02 14:46
  • 수정 2014.08.20 14:13
  • 기자명 김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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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박 작가(30. 금천면)의 작품이 주목을 끄는 것은 붓을 사용하지 않고 화선지에 먹을 묻혀 종이로 찍어낸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선지 위에서 인위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먹의 자연스러운 번짐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짙은 송진향을 먹은 농묵의 화선지를 손으로 찢어 조각조각의 산을 만든 후 중첩시켜 하나의 산세로 완성시킨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속에서 전통성과 현대성을 함께 작품 안에서 공존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먹의 번짐과 농담의 변화는 인간의 의도가 아닌 물과 공기와 화선지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진다.


설 작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먹의 흔적들을 고르고 살펴가며 자신의 의도에 따라 산의 형상을 배치해 간다.
그가 만들어 낸 <어떤 풍경>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다도해 풍경을 보는 듯 익숙하지만, 한편으로 낯설고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설박 작가는 “좀 더 재미있게 그림을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사용한 기법이다. 화선지를 겹겹이 찢어 먹을 묻혀 찍어내면 다양하게 번지는 효과가 있다”며 “세밀한 부분은 압축 목탄으로 정리를 해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문인화가 박태후씨의 둘째딸인 설 작가는 아빠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2010년 작가로 데뷔한다. 데뷔한 지 4년째이지만 벌써 개인전을 7번이나 열었다. 그룹전도 50여 회에 달한다. 젊은 작가로서 단기간에 굉장히 많은 전시회를 가져 활발한 작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천천히 변화하면서 발전하고 싶습니다. 큰 성장을 바라지 않고 계속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
설 작가는 2007년도에 전남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졸업후 바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림하기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어요.” 돈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다시 그림을 시작한다.

“조각으로 형태를 구성하는 행위를 통해 내면이 재구성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통필법의 수묵화지만 구겨지고 손으로 제각각 잘린 조각들이 중첩되면서 입체감과 깊이 있는 색감을 드러내며 현대적 조형감각도 살렸다.
설 작가의 작품 대부분의 소재가 산이다.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삼원법 등 다시각적인 지점을 이용해 풍경을 표현한다. 작품의 풍경은 실경산수가 아닌, 산을 보고 느낀 후 머릿속에서 한번더 재해석된 내면의 이미지를 풍경으로 표현한 관념산수에 가깝다. 자신을 잘 표현하고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를 위해 작업 합니다. 나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동양적 정서가 맞다고 말한다.

쓰기 편하고 재미있다고. 향후 서양에서 자극적인 소재나 작품이 어필이 될 것 같다며 열심히 준비해 외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지금까지 여러번 해외 여행을 다녀 왔다는 그는 매년 한번정도 외국에 나갈 계획을 내비쳤다. 외국에서 다양하게 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계속 전시하면서 조금씩 실력뿐만 아니라 인맥도 쌓아가고 싶어요.”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을 관람하는 누군가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서 어떤 풍경, 산수를 관조하며 자연의 냄새를 맡고 가기를 설박 작가는 바란다. 그는 향후 계획도 이야기 한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계획이며, 외국에서 전시회도 갖고 싶다고.

앞으로 그의 작품속에서 대자연의 숭고함과 위대함 속에 불안한 자신의 고뇌를 담아내면서 더욱더 발전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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