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주고받는 풍성한 한가위

나주시선거관리위원회 회계주임 김순숙

  • 입력 2013.09.16 13:51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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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며칠 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추석이 되면 우리는 부모님을 뵈러, 혹은 가족 친지들을 만나러 고향에 내려갑니다. 차례를 지내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그 간의 안부도 묻습니다. 누군가는 고마웠던 사람에게 준비한 선물로 감사를 표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런 미풍을 핑계 삼아 자신의 사익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고향에 내려왔으니 인사를 드려야 한다며 집집마다 방문하여 자신을 홍보하거나, 고마운 사람에게 답례해야 한다며 평소 왕래가 없던 지역 유력인사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돌리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현재 정치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정치를 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왜 문제냐고 실제로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은 우리의 미풍양속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고마웠던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감사’의 표시가 아니라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 해 줄 것에 대한 ‘대가’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공직선거법에서는 “기부행위”라고 합니다. 다소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기부라는 것은 통상적으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 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란 정당, 정치인 또는 이와 관련된 사람이 선거구민 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 단체 등에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당선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정치인과 그 관련자들이 해당 정치인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선거구민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부행위는 주는 사람이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받는 사람도 받은 금품액수에서 적게는 10배, 많게는 50배까지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때로는 주체․시기에 따라 선거와 관련 없이 주고 받는 행위 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공직선거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행위입니다. 잘 모르고 받은 사람에게 50배에 이르는 과태료 부과는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그만큼 기부행위 근절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누구에게도 지배당하지 스스로를 지배한다는 원칙에 근간한 정치체제입니다. 다만 운용에 있어 모든 결정을 내가 내릴 수 없기에 나를, 우리를 대신할 대리인을 뽑아서 그가 내 대신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거에서 우리를 대신할 만한 대리인을 정책과 공약을 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기부행위는 그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돈을 줄테니 내게 대리인의 자리를 달라는 말입니다.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아니라 돈을 주고 표를 사는 행위입니다.

인품도 모르고, 정책도 모르고, 철학도 모르는 사람이 진정으로 우리의 뜻에 따라 우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사익을 목적으로 우리의 눈을 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익을 목적으로 당선된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둘, 셋, 열명, 백명이 된다면 그들이 우리를 위해 공공의 정책을 결정해 줄까요?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우리를 이용하려 들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투표는 시민의 권리가 아니고 민주시민의 의무입니다, 민주시민으로서 의무를 망각한 자에 대한 처벌이기 때문에 기부행위는 엄격히 제한되고 금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선거라는 제도와 투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에 일어났던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추석 명절 가족들과 둘러 앉아 송편을 빚으며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십시오. 누가 어떤 정치를 해왔는지,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저 사람은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금품과 인사치레가 아닌 마음을 주고받는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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