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예산의 원칙과 과제

개방성, 권한 부여, 투명성이 원칙과 기준 되어야

  • 입력 2013.09.27 10:05
  • 기자명 정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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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역할, 행정의 의지와 노력만큼이나 중요
긴 호흡의 여정,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제도

2011년 9월 지방재정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주민참여예산제는 모든 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그러나 민선3,4기 시민참여가 시정의 제1과제로 추진되면서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주민참여예산제가 민선5기 들어서면서 시늉만 하고 있다.


특히 참여예산이라는 미명으로 읍면동별로 예산을 배정하는 '떡 반 나누기'는 새로운 재정수요, 즉 선심성 주민숙원사업만 창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행정이 독주하던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접목시키는데 의미가 있다. 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했으면 이전과는 달라진 모양새가 만들어져야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지역 시민사회 주요 활동가들의 교육 모임인 ‘자치와 협동 아카데미’는 지난 11일 주민참여예산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면서 예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측면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서 이재태 자치분권 나주시민연대 교육정책국장이 발제한 주민참여예산제의 원칙과 과제를 요약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주민참여예산의 세가지 원칙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주인은 시민들이고, 따라서 “이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당연한 노력”이다. 주민참여예산의 경우에도 제도의 도입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시민들이 주도하도록 하고 그러한 참여에 권한를 부여하려는 정치권력의 의지와 그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시민참여를 강조하는 정책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민참여가 구호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자치단체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조례의 내용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참여의 개방성과 권한, 그리고 투명성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모름지기 시민참여라 하면, 참여의 개방성, 권한 부여, 투명성이 원칙과 기준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참여의 개방성이라 함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싶은 사람들은 제한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위원회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 놓고 이 곳에서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매우 폐쇄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 하겠다. 누가 이들에게 전체 시민의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

시민의 대표성이라는 점에서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더욱 적절하다. 이들은 나름대로 선거를 통해 공식적으로 대표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시민참여는 이렇듯 폐쇄적이어서는 그 원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권한의 문제도 시민참여에 있어 중요한 하나의 원칙이다.

 권한 없는 참여는 참여를 매우 형식화시킬 뿐이고 참여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최근의 주민참여예산조례안들의 내용들은 실질적인 참여예산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참여예산은 의견의 수렴도 중요하지만, 결정권을 참여한 시민들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참여와 권한은 나란히 굴러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와 같다. 이 둘 중 하나가 빠지면 다른 하나도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투명성은 참여의 행위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고 결정을 하더라도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그 결정이 결코 도덕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없다. 반면, 누가 참여하든지 그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그 결정은 오히려 보다 높은 도덕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참여도 투명한 공개를 통해, 비록 전체 시민이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전체 시민의 이익 즉 공익을 고려한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시민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주민참여예산을 비롯한 주민참여제도의 활성화에 있어 시민사회의 고유한 역할은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고 이를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우리 사회에서는 행정에 앞서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참여예산 제도와 그 운영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개입과 지원도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고유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들의 참여 활성화를 위한 현장에서의 다양한 노력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시민단체들에게 그러한 역량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주민참여가 활성화된 경험이 미약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있어 시민사회의 역량이 아직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주민참여예산제 시행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역할은 주민들의 참여를 바닥 현장으로부터 활성화시키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역할은 주민참여예산제의 성공적 정착과 발전에 있어 행정의 의지와 노력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정작 주민들이 참여치 않는다면 제도의 의미가 실종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그러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시민사회이며, 시민단체는 시민사회의 이해를 조직하고 실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 역할을 고유한 자기 고유의 것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4) 각 주체 간의 관계
표1

참여예산 향후 과제

1) 예산교육․토론 프로그램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매력은 이 지점에 있다. 교육과 토론, 협의와 협력이 제대로 경험되고 축적될 때 ‘참여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지향점도 이 지점이 되어야 한다.


2) 시민참여 확대
참여예산을 제대로 진행하고자 한다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참여예산은 소수의 주민들만이 참여하는 조건인데, 지역회의나 예산위원회를 통해 더 많은 주민을 참여시키고 만나는 과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3) 지방의원과 협력방안 모색
예산편성은 예산을 심의하는 지방의회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지방의원의 권한 침해라고 오해하는 의원들도 상당히 있다. 또한 주민들의 소중한 결정들이 의회에서 무시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참여예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의회와의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적극적인 정보공개
무엇보다 전 과정의 정보를 세밀하게 공개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독일 리히텐베르그의 경우는 주민들이 제안한 의견이 지방의회에서 채택되지 않으면 그 이유를 정확히 해당 주민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참여예산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정보를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5) 지속적인 추진
제도화가 된다고 참여문화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제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문화로 정착된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문화는 긴 호흡의 여정이며,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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