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 피해로 양 뺨 맞는 농민들

봉황농민회 사무장 정영석

  • 입력 2013.10.18 16:03
  • 기자명 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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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앞둔 나주의 황금들녘이 벼멸구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벼멸구는 내성이 생겨서 인지 농약을 쳐도 잘 죽지 않고, 수확을 앞둔 시점이라 농약을 함부로 사용 할 수 도 없어 농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더군다나 예전 같으면 공무원들이 현장을 돌며 벼멸구 피해 조사 및 대책을 수립하느라 분주했겠지만, 농작물 재해보험이 생긴 뒤로 부터는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하겠지 하며, 행정기관에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벼 보험을 취급하는 NH보험은 벼멸구 피해로 보험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보험금 신청한 사람의 5%미만이 될 거라 예측 하고 있다.
벼멸구 피해는 눈으로도 확연히 식별 되고, 수확량도 현저히 떨어지는데 왜 농민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그 이유는 우선, 벼 재해보험 약관이 농민들에게 아주 불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의 평균 수확량 계산 방식이 최근 5년 수확량을 평균하는 방식이라 농민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되어있다. 요즘은 이상기후가 매년 발생하고 있어 농민들은 매년 재해로 피해를 보는데, 재해를 많이 입으면 입을수록 평균수확량이 떨어져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재해에 대한 피해 보상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다.


실재로 작년 태풍피해로 보험혜택을 입은 사람이 올해 보험혜택을 보려면, 수확량이 1마지기(661.157㎡)당 2.5섬(40kg벼 7가마 반)이하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농민들이 보험혜택을 보지 못하게끔 벼 재해보험이 설계되어 있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피해를 조사하는 방식 또한 농민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다.
작년 태풍 피해 조사 때는 목측(目測)과 실측(實測)을 병행하여 진행했다. 유관으로 피해율을 조사하는 방식과 수확 후 중량을 재는 방식을 모두 사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손해사정인을 현장에 직접 투입하여 실측만을 하고 있다. 작년에 태풍으로 손해를 입은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짜낸 묘수(?)인 듯하다.
그런데, 실측이 목측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듯하지만, 올해처럼 벼멸구 피해를 입은 벼는 방아를 찧게 되면 싸래기가 되는데, 이런 쭉정이 벼까지 수확량에 포함시킨다는 문제점이 있고, 손해사정인 투입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이 비용은 농민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보험회사 손해사정인은 쭉정이 벼를 수확량으로 인정하지만, 농민들이 벼를 내다 파는 RPC 사장님들은 벼멸구 피해 입은 벼는 감량하여 사들이고 있어, 힘없는 농민들은 양 뺨을 맞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농민이 재해 및 병해충으로부터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데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벼 재해보험에 막대한 농업보조금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료의 50% 국고보조 30%는 자치단체 보고 4%는 농협보조이고, 농가의 자부담은 실재 보험료의 16%밖에 되지 않는다.


보험료 농가 자부담이 20만원 이라면, 실재 보험료는 125만원이라는 이야기다.
보험회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각종 약관 및 수확량 계산방식의 변경을 농민들이 손 놓고 구경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재해나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농업보조금이 투입되고 있고 보험회사는 그 목적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농민들의 피해 보상에는 관심이 없고 보험회사의 수익 창출에 만 관심이 있어 농작물 재해보험이 농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것이다.

결국, 농민들은 세밀한 부분에서 악마가 살아 숨 쉬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농작물 재해보상법의 제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말이다.


농작물 재해보상법을 당장 제정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농작물 재해보험 약관을 대폭 수정하여 실질적인 농업재해 보상 대책이 되도록 하기 위한 정부와 보험회사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구태를 답습한다면 농민들로부터 농작물 재해보험은 외면당할 것이고 그 존재이유가 없어 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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