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폐천(以掌蔽天)

  • 입력 2013.12.02 13:49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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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주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의 기업지원실 업무보고에서 나주미래산단 조성과 관련해 나주시가 민간 업체 2곳으로부터 25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린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래산단 투자자문회사였던 가원인베스트는 최근 나주시를 상대로 18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가원인베스트는 나주시가 계약을 해지해 투자이행협정서에 따른 의무이행을 하지 않았다며 공사 완료시 예상 이익금 2000억원의 9%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나주시는 미래산단 조성사업 최초 시행사였던 서희건설로부터도 지난 6월 74억원을 요구하는 손배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업을 포기했던 서희건설은 미래산단 시행사로 참여하면서 소요된 용역비 등 관련 비용을 나주시가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첫 심리가 이달 초 광주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나주신문은 이같은 사실을 최초로 특종 보도했다. 그러나 나주시는 본지의 확인취재 과정에서 “민사소송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74억 소송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둘러대기에 급급했다.

대법원 전자소송 조회 결과 서희건설 측이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지난 6월 10일에 접수되었고, 나주시의 이의신청, 그리고 다시 원고측의 이의신청 접수 등, 원고측과 피고측 모두 변호인까지 선임해 변론기일까지 잡혀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말이다.
이같은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나주시의회사 부랴부랴 나주시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뒷북 대응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254억원의 소송에 휘말린 나주시가 한마디 보고도 없다가 뒤늦게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의원들은 “이렇게 큰일이 벌어지고 있어도 집행부는 지금까지 한마디도 없었다”며 “이렇게 하니까 나주시가 문제”라며 어떻게 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언론에서 보도해서 알지 큰 일이 벌어져도 알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미래산단 2차사업자 선정 승인도 안 해주어야 하는 데 나주시가 부도가 난다고 해서 해주었다”며 “집행부가 언제까지 거짓말만 할 것이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주시는 “서희건설의 74억 소송은 당시 의회승인을 받지 않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가원인베스트가 180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건은 나주시가 지난 6월 가원을 상대로 반환소송을 먼저 제기한 것”이라고 사건 확산을 경계하는 눈치다.

나주시의 해명과 주장에도 불구, 보고 체계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의원들이 “나주시가 언제까지 거짓말만 할 것이냐”며 “도저히 공무원들을 이해할 수 없으니 모든 과정을 더 이상 숨기지 말라”고 했을까.

정치인이나 행정가 할 것 없이 첫째 덕목은 원칙과 신뢰다. 원칙과 신뢰가 무너지면 지역이나 주민수준 역시 폄훼되기 마련이다.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고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말이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을 감추려 하거나,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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