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유배지 방치해서야

  • 입력 2014.06.23 13:09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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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5년 여름 33세의 정도전은 나주를 향해 귀양 길을 떠났다. 이후 10년, 그는 유리(流離) 방랑하면서 삶의 신산을 절절히 맛보았다. 어느 날 정도전은 들에서 한 촌부를 만났다. 밭을 매던 촌부는 허리를 펴고 말했다. "예부터 때를 모르고 바른말을 좋아하면서 몸을 보전한 사람은 없었소. 그대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니, 이제부터라도 조심하면 화를 면할 것이오."

정도전은 세상에 절망했다. 나라·가족의 위기에 앞서 그 자신의 위기였다. 하지만 유배지 부곡의 천민들은 그런 그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다. 마을 사람들은 철 따라 토산물을 얻으면 술과 마실 것을 가지고 와 함께 즐겼다. 정도전은 스스로 물었다. "나는 세상의 버림을 받고 멀리 귀양 와 있는 몸이다. 동네 사람들이 왜 나를 이처럼 대접하는 걸까. 나를 불쌍히 여겨서인가, 아니면 시골 사람들이라 몰라서인가. 아, 부끄럽구나."

그의 의식에 큰 전환이 찾아왔다.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자 군주의 하늘이다." 조선 개국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그러나 조선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 곳으로 알려진 다시면 운봉리의 정도전 유배지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KBS드라마로 정도전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그 가치에 맞게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안내판부터 갖춰지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온갖 잡풀이 우거지고, 방치되고 있다. 포장된 길은 유배지로 가는 길이라는 느낌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시면 운봉리 684번지에 위치한 삼봉 정도전 유배지는 이곳에서 조선개국의 근본이 됐던 민본사상의 기틀을 마련했던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유배지의 관리에 대해 조속히 현장을 점검하고 문제점에 걸맞는 대책으로 역사적 가치가 더욱 빛나게 재조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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