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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붕어빵 아주머니의 하루친절한 금자씨를 소개합니다
이신재  |  jae7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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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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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바람이 제법 매서워졌다. 옷깃을 여미고, 두 손 호호 불며 지나가는 행인들이 하나 둘 이 곳에 옹기종기 모여드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새 겨울이 왔나보다.

   
 
샛노란 물고기들이 쉴 틈 없이 잡혀 올라온다. 재밌는 구경이라도 난 듯,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한 무리들의 시선이 50대 어부의 손끝을 향하고 있다.
한손에는 주전자를, 또 다른 손에는 꼬챙이를 들고 있는 이 분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삼영동 부영아파트 단지 주차장 길목 한 켠,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뜨듯한 어묵 국물과 애정이 듬뿍 담긴 붕어빵으로,
 
서민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행복한 붕어빵 아주머니 장금자(57)씨가 그 주인공이다.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어느 날, 아들 부부의 급작스런 이혼으로 오갈 곳 없는 금쪽같은 두 손자가, 일찍이 심장병으로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된 그녀에게 남겨진 직후였다.

아파트 내부 청소업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며, 몸은 피로했어도 마음만큼은 평온했던 그녀에게 갑작스레 갓 4살, 2살 난 두 손자를 데려다 키워, 살아가기에는, 주어진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았다.

어린 손자들을 집에 둔 채, 날이면 날마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란 쉽지 않았지만 집안 형편을 생각했을 땐 다른 방도가 없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청소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손자들이 좋아해 즐겨 찾곤 했지만, 근래 들어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붕어빵 노점상 아주머니를 아파트 복도에서 우연찮게 마주쳤다.
   
 

“요새 통 안 보이시 길래 장사를 그만 두셨나 싶어서 물어봤죠. 장사 안하시냐고, 그러자 ‘이런 저런 이유로 장사를 그만두겠다’ 하시더군요. 그럼 붕어빵 굽는 기계는 어떻게 하실거냐고 물으니, ‘글쎄요. 따로 사실 분 있으면 알아봐 주세요’라고 했어요. 이때다 싶었지요. 저한테 파세요”

그 붕어빵 노점상은 거리상 그녀의 집과 그다지 멀지 않았고, 두 손자가 다니던 놀이방과는 더욱 더 근접해있었다. 더군다나 손자들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을 찾고 있던 그녀에게 붕어빵 장사는 안성맞춤인 셈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붕어빵과의 인연.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녀의 푸짐한 인심 덕분에 많은 단골손님도 생겨났다. 추운 비바람을 피해 천막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아이와 산책 나와 붕어빵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해보는 엄마들, 만취된 상태로 의자에 앉아 어묵 국물을 해장 삼아 주절 주절 신세한탄을 늘어놓는 취객들,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그녀는 매일 각양각색의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때로는 위로하고 덕분에 힘을 내며, 하루를 보낸다.

간혹 볼 일이 생겨 장사를 쉬는 날, 거리로 나가 걷다 보면 그녀를 알아보고 ‘붕어빵 아주머니시네요?’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도 많다고.

그 사이 큰 손자 김주민(16)군은 어느덧 장성해 관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으며, 육상에 소질을
   
 
보이던 둘째 손자 김주혁(14)군은 해남중학교 축구부에 스카우트 돼 박지성 선수처럼 위대한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할머니랑 같이 살면서 이런 저런 불만도 많았을 텐데, 지금껏 별 탈 없이 잘 자라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할 일이죠. 축구를 하는 둘째 손자 주혁이가 참 대견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운동선수들은 뒷바라지를 잘해줘야 한다는데..

다른 부모들은 경기가 있는 날마다 찾아가 자녀들 격려도 하고 응원도 한다는데, 저는 자주 못가는 터라.. 한번은 주혁이에게 ‘다른 친구들이 부럽지 않냐’고 물으니 ‘나는 그런 거 하나도 안 부러워!’라고 떳떳하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랬어요. ‘보이는 것에 부러워 말거라. 네 곁에는 살아계신 하나님이 항상 함께 하신단다. 너는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수 있을거야’ 라구요”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지금껏 두 손자를 홀로 키워오며, 고된 나날들도 많았지만, 때마다 신앙은 그녀에게 큰 버팀목이 되었다고. 어린 손자들의 교육문제로 보육기관을 알아 보던중 ‘그래도 교회 어린이집이 낫겠지’ 무심코 들었던 생각에, 아이들을 보내게 됐던 것이 인연이 됐다. 이어 평신도에서 몇 년 전 권사로 임직되어 현재까지 독실한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일을 몇 년이나 더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붕어빵을 그만 굽는 날이 온다면, 전 교회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해외 선교도 꿈꾸고 있답니다. 제가 어려울 때 너무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그만큼 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주저 않고 할 생각이에요. 받은 만큼 베푸는 것, 그보다 복된 일들이 있을까요”

오늘도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구수한 붕어빵 냄새가 쉼터로 돌아가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느 누군가가 볼 때는 그저 평범한 노점상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그 곳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따듯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모처럼 먹어본 붕어빵과 어묵 국물이 참 맛있었다.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붕어빵인데,
오늘 따라 왜 이리도 맛있는걸까, 아마 각박한 세상 속 그 무엇인가가 그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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