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 입력 2014.12.08 10:55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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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背任罪), 형법에서 남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 그 임무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여 자신이 재산상의 이득을 얻거나 제 삼자가 이익을 얻게 하고, 그 결과로 그 임무를 맡긴 사람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성립하는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풀어서보면,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위배해서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다.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나 신분이 있는 자다.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 행위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배하여 손해를 가했다는 점에 있다.

즉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서 법률 또는 계약, 신의칙(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쫒아 성실해야함)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해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경위는 따지지 않고 사무의 내용은 사적 사무뿐 아니라 공적 사무도 포함된다.

게다가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는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를 비롯하여 재산상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한 경우를 말한다.
배임죄 성립요건은 피해자의 전체 재산가치의 감소가 경제적 관점에 있어야 한다. 재산증가 방해는 물론 부실대출, 담보권 살길과 같은 재산상 위험도 포함이 된다.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외에 배임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 취득을 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이러한 배임죄에 대해 미래산단 비리혐의와 관련 재판부는 임성훈 전 시장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들에게 적용됐던 업무상 배임혐의에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 핵심은 현재 시점에서 손실확정액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다.

즉, 현재 시점상 나주시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과, 책임분양합의를 통해 사실상 나주시가 부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정산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나주시에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나주시가 투융자심사를 거치지도 않았고, 사실상 나주시가 책임지는 구조이면서도 민간투자개발형식으로 진행한 점도 인정된다면서도, 배임죄에 대해서만은 무죄를 선고했다.

나주시의회 동의를 받지 않기 위해 나주시투자촉진조례까지 개정했고, 2천억원을 조달하면서 선 이자로 2년치 256억원을 제하고, 조달 수수료로 77억원을 특정업체에 지불했는데도 현재 시점에서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 나주시 재정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다분히 법리적 판단이고 증거제일주의에 충실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이란 상식과 보편타당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산단은 그 어떤 지역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분을 들이대더라도 분명 상식을 벗어난 개인의 탐욕과 비리가 넘치는 개발사업이었다.

뇌물이 오고가고, 향흥이 오가고,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여배우 명품백이 거론되고, 뇌물을 받아 관계공무원이 원룸을 짓고, 시장과 사업자간에 30억원이라는 부도덕한 돈거래가 이뤄지고, 그 돈거래 과정에서 제3자를 통해 돈이 오가고 시공사에게 준 공사선급금 20억원이 사용된 나주시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사건이었다.

결국 1차때 엎질러진 물을 담기 위해 나주시는 2차 재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재선정하고 시의회로부터 1800억원대의 의무부담동의안을 받으면서 추진한 사업이다.
감사원에서는 해당 실장 파면을 조치했고, 시장은 경고를 받았으며, 수사당국으로부터 시장을 포함해 관계공무원 5명이 법정에 선 사건이다.

2천억원대의 사업을 두고 총괄 책임자인 시장과 민간업체 대표간에 30억원이 차용과 변제라는 명목으로 오고간 사건이 바로 미래산단이다.

재판부마저도 시장에 대해 지위를 망각한 행위라고 지적한 사건이다.
그러면서도 배임죄는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
법과 상식, 그리고 증거제일주의. 과연 법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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