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 입력 2015.03.09 09:59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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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선거가 내일 모래로 다가왔다.

누가 시켰는지도 모르는 여론조사용 전화가 걸려오고, 하루에 지지를 호소하는 수십통의 문자가 들어온다.
나주만 해도 10곳의 조합에서 새로운 조합장을 뽑기 위해 선거가 치러지고 있지만 정작 지역을 보면 분위기는 의외로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다.

식당가를 봐도 좀처럼 열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동시에 선거를 치루는데도 각 조합이 개별적으로 선거를 치룰 때보다 분위기가 더 가라앉은 느낌이다.
후보자들은 나름 전화로 문자로 공중전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지상전에는 치열한 전투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이전과 분명 달라진 선거가 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더 좋아진 것일까?
인물로 정책으로 차분하게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선거판이 만들어진 것일까?
결과는 의문이다.

이번 선거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첫 번째 위탁관리 선거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후보자가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재량이 그리 많지 않다.
제3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며 심지어 배우자도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신인에게는 자신을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현역 조합장이나 인지도가 높은 후보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현역이 짱이다.

이번 제1회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각 조합마다 과도하게 피선거권이 제한되고 있는 정관의 문제도 제기됐다.
과도하게 책정된 출자금이나 경제사업이용고 적용이 결국에는 조합원의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됐다는 비판을 받는데 단초가 됐다.

전체 조합원 중에서 조합장 출마 자격이 있는 후보가 5%도 채 되지 않는 조합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국회에서도 각 농협의 조합장 후보 자격기준을 놓고 문제 삼을 정도로 과도한 제한규정은 향후 재검토되어야 한다.

선관위가 규정한 선거운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제한도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열과 혼탁선거를 방지하고 정책선거로 가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선거운동이 신인후보들에게는 사실상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사전선거운동 기간이 없어 정치신인에게는 법적 선거운동 기간인 10여일이 고작이다. 선거사무장이나 별도의 후보사무실을 낼 수 없어 후보자가 유권자를 만나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래저래 지명도가 없는 신인에게는 사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에 반면 현역 조합장들에게는 역으로 이번 선거운동 방식 등이 유리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지적은 선거관리위원회도 주목해야 한다.

유권자에 대한 사전정보도 충분하고, 현역으로써 프리미엄도 있고, 조합원들을 평상시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인지도도 높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조합장 선거를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도 한다.
동등한 조건에서 후보들이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마 이러한 문제점은 당선자가 결정되면 고스란히 드러날 사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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