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향의 타임머신

오래된 도시의 미래 1

  • 입력 2015.03.16 14:30
  • 수정 2015.03.16 14:32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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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향 학예연구사
▲ 윤지향 학예연구사
최근 들어 나주읍성권에서 전국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 ‘종만이 아저씨네 집’이다.

금성산 월정봉을 바라보며 읍성의 서쪽 성벽 위에 납작 엎드려 있는, 세월이 멎어버린 듯 한 집에서 종만이 아저씨 가족이 살고 있다.

작년에 안도현 시인이 나주를 방문했을 때 필자와 함께 달빛 아래 읍성 고샅길을 거닐다가 서성벽 위 조그마한 창문 밖으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종만이 아저씨네 집을 보고 나주를 가슴속에 담았다.

그 후 선배인 한겨레신문 곽병찬 대기자에게 소문을 내어 지난 1월 27일자 한겨레신문 ‘香遠益淸’에 ‘나주읍성에서 묻다, 의인가 충인가’라는 칼럼이 실렸다. 그 후로 이분들은 “종만이 아저씨 집 그대로 있지요?”가 인사가 되었다.

나주읍성 중에서 서쪽을 지키던 성문인 서성문과 성벽은 유난히 사람들에게 나주를 느끼게 한다. 천년 나주읍성의 원형이 살아 있고 120년 전 동학농민군과 나주읍성을 지키고자 하는 수성군과의 전투가 있었으며 전봉준 녹두장군이 드나들었던 문이다.

또 서성문 밖에는 전국 최대의 향교가 있고 나주의 정신을 상징하는 사직단과 월정서원이 있었으며, 근대 100년 동안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적 장소가 주는 나주다움이 드러나 있으며 나주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나주읍성은 규모로나 역사로나 한국을 대표하는 읍성이며, 가장 나주다운 점은 과거 모습대로 박제화되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살아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동서남북 4대 성문과 성벽만을 읍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읍성의 핵심은 ‘성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과 그들이 대대로 이어온 다양한 문화’이기 때문에 읍성을 하나의 ‘오래된 도시’로 이해해야 한다.
이미 세계는 오래된 도시를 그리워하고 있다.

오래된 도시에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자원이 곳곳에 남아 있고 역사문화자원을 원천으로 삼아 그들만의 색깔을 입히고 매력을 찾아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고 도시공동체를 활성화시켜 다시 살아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가치의 전환, 극대화, 융합, 재창조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전통 만들기’인 것이다.

우리는 나주다움, 나주만의 문화, 나주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살아 있는 곳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떤 것이 우리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결국 오래된 도시 나주의 미래는 우리만의 문화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실제 접하는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나주고유의 향과 빛깔과 질감을 의미하는 ‘감각유산’을 활용해 나주다움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대내외적으로 너무나 유명해진 서쪽 성벽 250m에 대해 조선시대 성벽으로 복원할 것이냐, 현 상태대로 보존할 것이냐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서성벽의 참 가치를 찾아내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것은 지금 오래된 도시 나주읍성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몫이다.
역사적 장소인 서성벽을 재생하여 도시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나주의 커뮤니티가
살아나는 구심점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천년의 삶만이 중요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주민의 삶이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3월 5일 음력 정월 보름날 도시재생대학 4분과 역사문화자원재생팀의 제안으로 몇몇 나주사람들이 모여 ‘달빛 아래 서성벽을 걷다!’라는 주제로 문화유산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이제 주민이 스스로 행복한 문화유산 활용을 시작한 셈이다.

앞으로 매월 보름날이면 서성벽 종만이 아저씨 집 앞에서 만나 달빛 아래 ‘오래된 도시 나주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할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오늘도 세계인들이 달빛 아래 나주읍성 고샅길을 따라 거닐며 천년 세월을 상상하고 어딘가에 앉아 나주사람들과 문화와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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