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Ⅱ

  • 입력 2015.03.17 13:38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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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어떤 후보는 당선의 영예를 안았고, 어떤 후보들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을 것이다.

아깝게 근소한 표차로 당선과 낙선이 갈린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름 석 자와 얼굴을 알려 다음을 노리는 후보자 역시 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현직 조합장들의 이번 선거 성적표다.

나주신문은 지난주 칼럼을 통해 이번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불균형성이 결국에는 선거결과로 드러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면 이는 필자의 과도한 선입관일 뿐이었을까?

이번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운동방식에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무엇보다 새롭게 조합장에 도전하려는 신진세력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선거였다는 논리다.

사전선거운동 기간이 별도로 없었고,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실 운영 자체가 불법이었다. 심지어 후보자의 배우자까지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할 수 없었고, 별도의 정책발표의 장이나 흔히 말하는 유세의 현장도 아예 없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4페이지짜리 공보물 하나에 불과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지지호소 자체도 불가능했다.

결론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곧 현직 조합장들이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현역 조합장이 출마한 조합은 나주에서 15개 조합 중 12개 조합이다.

3개 조합은 현직 조합장이 출마하지 않아서 가장 관심을 많이 샀던 조합이기도 하다.

현직 조합장이 출마한 12개 조합 중 수성에 성공한 조합은 10개 조합이다.

수성에 성공한 10개 조합 중 5개 조합은 경쟁자가 없어 무투표 당선됐고, 나머지 5개 조합은 선거를 치러 수성에 성공했다. 무투표 당선자까지 포함하면 현역 조합장들의 수성율은 80%를 넘는다는 이야기다.

현역 조합장이 낙마한 조합은 단 2개 조합에 불과했다.

그만큼 현행 선거방식으로는 조합장 선거가 신진 세력들에게는 철옹성으로 불릴만도 하다.

그나마 희망을 보인 선거였다는 평가도 있다. 바로 좋은농협 만들기 운동본부가 발족돼 농협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좋은농협 만들기 운동본부는 나주지역에도 발족돼 이번 조합장 후보자들 중에는 좋은농협 만들기 취지에 서명까지 했었다.

당선자 중에서 그 약속이 지켜진다면 분명 진일보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에서 또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합 선거방식에 대해 향후 조합원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이 전개됐으면 좋겠다.

여기에 각 농협 대의원들이나 조합원들이 조합장 후보자격 문제 등에 대해서 정관 등을 통해 면밀하게 검토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흔히들 “조합은 조합원의 것이 아니라 조합 직원들의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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