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의 미래 4

  • 입력 2015.07.20 15:46
  • 수정 2015.07.20 15:47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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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향 학예연구사
▲ 윤지향 학예연구사
그 돌들은 어디로 갔을까?

오래된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1994년 11월 1일 원도심 한복판에서는 한 채의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 건물은 1959년 착공해서 1960년 준공된 나주읍사무소로 도심 한복판에 멋들어지게 서 있던 석조건물이었다.

목포교도소에서 돌을 깎아 조달한 것이라 전하는데 돌출되어 있던 중앙 현관 이마에는 무궁화가 조각되어 있었다. 지금의 나주목문화관 자리에 있던 구 읍사무소 건물을 많은 나주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건물은 1981년부터 금남동사무소로 사용되다가 1994년 철거되어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화 남부군을 촬영하기도 했던 이 건물이 지금 남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의 이야기들이 가끔 들린다. 철거된 돌들은 멀리 떨어진 개인 소유의 부지로 옮겨지면서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1993년 남고문이 복원되었다. 복원을 위해 주변 발굴조사가 간단히 이루어졌고 이때 땅속에서 나온 성벽돌과 주변에 흩어져 있던 성돌은 시청 옆으로 옮겨와 보관되다가, 일부 주춧돌 등은 남고문 울타리 안으로 옮겨지고 나머지 성벽돌은 시의회 건물 신축을 위한 부지 조성 과정에 사용되면서 부지 아래에 묻혔다.

읍성권 고샅길을 기웃거리다 보면 성돌로 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돌들이 보인다. 길가에서, 어느 집 마당에서, 텃밭 등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천년도시 나주읍성권에 역사의 흔적이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역사의 탑을 만들자

역사의 돌로 천년도시의 시간을 꿰는 通時의 탑을 세운다면 어떨까?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유명한 영국 게이츠해드를 상징하는 조형물인 ‘북방의 천사’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무게 100톤, 높이 20m, 폭 54m의 거대한 이 천사는 탄광촌이었던 게이츠해드의 희망이자 영국의 문화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양쪽 날개를 쫙 펴고 비상하듯, 모든 사람을 포용하듯 당당히 서 있는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오랫동안 게이츠해드와 그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조선시대에 나주를 찾아온 사람들은 위풍당당한 나주읍성과 성문, 관아건물들을 보며 서울 구경을 대신했다. 그리고 오래도록 나주를 기억하고 나주를 통해 세상을 보았을 것이다. 나주시지를 집필한 박찬승 한양대 교수는 “나주의 역사는 곧 한국 역사였고, 한국의 역사가 곧 나주의 역사였다.

나주의 역사는 단순히 한국 역사의 일부가 아니라 한국 역사를 상징하기도 하였고, 또 나주의 역사는 한국 역사를 움직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나주를 ’역사의 땅‘이라 부른다” 고 하였다. 나주인들의 자긍심과 위상이 어땠을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주읍성권에 흩어져 있는 역사의 흔적을 모아 나주만의 역사의 탑, 通時의 탑을 세워 천년 나주 원도심의 상징으로 삼아, 시민과 관광객들이 나주의 가치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오래된 도시 나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진정한 천년의 삶을 되살려 보자

우리는 나주읍성으로 상징되는 원도심을 천년도시라 말한다. 그렇다면 천년 나주의 향기란 무엇일까? 진정한 의미의 천년의 삶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가 고민이다. 지속적인 힘 모으기와 행동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일단 방치되고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모아 새로운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과 주민이 역할을 분담하고 전문가의 도움으로 오래된 도시의 희망을 하나씩 하나씩 세워보는 것이다. 살아 있는 기억의 흔적에 정체성을 더해 오래된 도시 나주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힘이 나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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