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도시재생 콘트롤 타워가 없다.

  • 입력 2015.11.23 13:42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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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 나주에서 가장 큰 정책 화두는 도시재생이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도시재생지원조례가 제정되고 시청내에 역사도시사업단과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나주읍성과 영산포에 주민협의체도 구성되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개소하자 마자 주민과 함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봄에는 국토부 공모사업을 준비했으며 여름에는 주민공모방식으로 목수학교, 원예학교, 야생차학교 등 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가을에는 2기 도시재생대학의 이름으로 마을플래너 과정, 현장 활동가 양성 등 6개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나주의 도시재생사업은 이것에 그치지 않았다. 나비센터에서 문화적 도시재생을 기치로 나주문화아카데미, 시니어사랑방, 유스인큐베이팅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가을에는 도시재생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은 부서에서 동시에 추진되었다. 시민소통실에서는 시민아이디어 공모사업을 통해 목공, 녹지, 마을신문 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나주향교에서는 나주읍성 이야기꾼 양성 등 향교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관광문화과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도시인문학 콘서트 등 도시재생 관련 사업들을 위탁·시행하고 있다. 환경관리과에서도 푸른나주21 주관으로 환경친화 도시재생 토론회를 최근 개최한 바 있다.

도시과에서는 개발촉진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나주읍성에서 서성벽 인근 공원조성, 도로와 주차장 정비 등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문화과에서도 영산포 홍어 거리 조성 사업과 나주읍성 서부길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바야흐로 백화만발하고 있다. 도시재생이 중요한 정책 이슈로 제기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현장에서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유능한 인력들이 지역 현장에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여느 다른 중소 도시에서 보기 힘든 현상이다.

활발한 주민참여는 시민과의 소통을 제1의 시정방침으로 시행하고 있는 민선 6기 자치정부의 시정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주민들은 지난 자치정부에서 시정 참여에 대한 제대로 된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도시재생을 계기로 봇물처럼 참여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그것이 지나쳐서 거친 발언도 있고 의욕을 상실하게 할 때도 있다. 행정 입장에서 보면 주민들의 넘쳐나는 참여 욕구와 요구사항에 대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측면도 있고 당황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기가 되면 주민참여의 부정적 모습들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뜨거운 도시재생 열기를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 주변의 여건은 녹녹치 않은 것 같다. 우선 도시재생사업이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기관·단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일견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권장할 사안이다. 다만 이를 종합적으로 조정해 상호 중복과 낭비,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사업간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각각의 사업들이 각 기관의 판단에 따라 각자 시행될 것이라면 그것을 굳이 도시재생의 테두리에 가둬 놓을 필요도 없다. 그냥 예전 방식대로 각각의 사업을 조용조용히 시행하면 된다. 도시재생은 일정한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기관·단체가 연계 협력 체계를 갖추고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아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재생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청안에 부시장 직속으로 도시재생TF팀이 구성되어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한해 TF 회의를 한번도 개최하지 않은 것 같다.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 도시재생지원센터다. 센터는 도시재생특별법과 조례에 근거해 설립된 도시재생의 핵심기관이다. 그러나 현재의 체제로서는 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서 종합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는 커녕 역사도시사업단 도시재생팀에 속해 있는 작은 하부행정기관에 불과하다. 센터는 행정과 주민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신속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인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센터는 자체적으로는 단 한푼의 예산도 갖고 있지 않다. 사업을 하고 싶으면 역사도시사업단의 도시재생팀에 편성된 예산을 얻어 써야 한다. 그나마 도시재생팀에 편성된 프로그램 관련 예산은 올해 1억원도 채 되지 않고 내년에는 본예산에 겨우 5천만원을 의회에 신청한 상태다. 관광문화과, 문화재관리팀, 도시과 등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갖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더욱이 센터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하나도 없다. 플랑카드 개수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사업단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센터가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 하고 싶어도 적게는 여섯 단계에서 많게는 여덟 단계까지 길고 긴 결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사 결정이 어렵고 일 추진이 더딜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업단 직원이 예산 사용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행정시스템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센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사업단이 일일이 간섭하고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함께 하고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행정시스템상으로는 센터는 사업단의 하부행정조직에 불과해 전문기관으로서 센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행정기관으로서 사업단은 센터와 협의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행·재정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주민협의체는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주민들과 함께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행정과 함께 계획하고 시행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센터는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운영에 있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센터 고유의 역할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삼박자가 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도시재생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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