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의 미래 10

  • 입력 2016.03.28 12:16
  • 수정 2016.03.28 12:17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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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문화융성위원회가 있다. 문화융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고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문화가 있는 날’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영화관, 공연장 등 문화프로그램을 할인이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그날이 되면 어디에서 무엇을 즐겨야 할지 선택의 고민을 하게 될 정도이다.

그럼 우리 선조들도 ‘문화가 있는 날’이 있었을까? 선조들은 절기별로 문화가 있는 날을 즐겼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한해가 시작될 즈음이면 당산제로 힘을 북돋우어 일년을 준비하고,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몇날 몇일 줄다리기를 하고, 꽃피는 봄이 되면 여성들끼리 예인들을 앞세우고 야외에서 하루를 즐기는 삼색유산놀이를 벌였다.
 
그야말로 삶 속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동력을 이끌어 내고 삶의 희망과 미래를 꿈꾸며 만들었던 문화이다.

문화가 살아난 날

지난 2월 21일 정월 대보름 전날 교동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교동은 향교가 있는 동네라 하여 지어진 동네 이름으로 최근에는 나주읍성 서쪽 성벽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도시재생과 연결되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역이다.

교동에는 오래된 도시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성벽과 더불어 나주천변에 서 있는 당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동네 주민들에 의하면 예전에는 정성껏 당산제를 지내며 동네를 지켜왔던 소중한 나무이다. 언제부턴가 당산제 문화는 사라지고 동네 쉼터가 되었다가 쓰레기가 주변에 쌓였다가 오고가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나무였다.

그런데 문화재 정비를 준비하면서 서성벽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살고 있는 종만이 아저씨가 그동안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며 본인이 살고 있는 성벽의 가치, 지금까지 지키고 살고 있는 동네 주민들의 삶과 떠나간 주민들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당산제를 다시 지내기로 하고 개인 돈을 털어 조촐하게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교동 당산나무에는 금줄이 쳐지고 정성어린 제물이 차려졌다. 몇 사람 모여 있던 자리에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더니 이내 소원을 빌고 서로 음식을 나누고 종만이 아저씨의 수고에 덕담이 오가며 당산제를 지내던 옛 추억이 서로의 기억을 통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교동 공동체 문화는 행복하게 되살아났다. 교동의 ‘문화가 있는 날’이 살아난 것이다.

문화를 살리는 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문화가 있는 날에 다양한 공연과 영화를 즐긴다. 일명 문화를 향유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오래된 도시의 문화는 어떻게 향유할 수 있을까? 오래된 모양새로 옛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란 사람들의 삶에 뿌리를 두고 생겨나고 커가고 꽃을 피운다.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고 시대를 닮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세월을 이어온 선조들의 삶의 모습이 나주를 나주답게 만들어왔고 나주를 나주답게 재생하는데 유용하다면 우리는 나주만의 문화에 주목했으면 한다. 선조들의 삶 속에 녹아 있던 공동체 문화를 끄집어내어 새롭게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것에 의미와 가치를 더했으면 한다.
 
나주의 문화융성이 마을공동체에서 실현되고 마을공동체를 통해 확산된다면 나주만의 ‘문화를 살리는 날’이 나주를 살려낼 것이리라. 나주만의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민의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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