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스웨덴모델

  • 입력 2016.08.29 14:03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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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스웨덴의 복지정책을 부러워한다. 우리나라도 10년 전 참여정부의 롤모델은 스웨덴이었다.

그러나 2006년 사민당 중심의 중도좌파연합이 총선에서 패배하자 스웨덴 복지모델이 실패했냐, 아니냐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연일 공방을 이어갔으며 참여정부의 복지정책를 몰아붙였던 기억이 생각난다.

얼마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스웨덴 복지재정개혁을 모델로 삼자는 논의가 있었다니 아직도 스웨덴이란 나라는 연구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모양이다.

복지는 재원이 수반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날 북유럽모델로 대표되는 스웨덴역시 초창기엔 재정이 어렵고 노사 간 대립이 심각했었다.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가 닥치자 정권이 보수진영으로 넘어갔고, 방만한 복지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이후 정권은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복지 다이어트가 진행되는 동안 스웨덴모델의 정체성은 왜곡되었다. 그런데도 스웨덴모델이 건재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민당이 오랫동안 집권했지만 1900년대 이전부터 온건했고 노동계급을 대변하면서도 독자적 혹은 연정형태의 정부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성장과 분배를 선 순환시키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통합적 노동운동 세력이 지배정당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으며 사민당에 대한 노동계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강하고 안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에 대한 임금생활자의 지지와 조직기반이 넓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의 사민주의와는 다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모델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1920년대 출현한 ‘국민의 집’에 관한 이념과 정책, 1951년 LO대회에 제출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렌-마이드너 모델, 그리고 60년대 이후 중도노선을 발전시킨 기능사회주의를 종합적으로 말한다.

국민의 집은 한마디로 누구든 특권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빈민과 노동계층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전 국민을 아우르는 보편적 복지의 실현이었다.

스웨덴은 여타 유럽국가와 달리 복지정책과 노동시장정책은 대단히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소위 렌-마이드너 모델이다. 렌과 마이드너는 우리의 민주노총과 유사한 노동조합연맹의 경제이론가이다.

렌-마이드너 모델의 내용은 연대임금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다. 연대임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기업별 산업별 임금편차를 줄이고 노동계급의 연대로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한계기업의 자연도태를 유도하고 실업자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구제하거나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타협을 이루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특이한 것은 사민당이 정치권력을 장악했지만 시장에서 대자본의 경제 권력을 용인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발렌베리 가문과 같은 금융재벌이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발렌베리 소유의 기업들은 이익의 85퍼센트를 법인세로 납부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재벌과 노동자와의 대타협으로 잘 알려진 잘즈요바덴협약이 부의 철저한 사회 환원을 뿌리내리게 한 계기를 만들었다.

최근 스웨덴 여행 중 들른 스톡홀름 시청사는 노벨상 시상식에 대해서만 설명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청사 뒤편에 위치한 소박한 시의회 복도를 지나면 발렌베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흉상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세계적 재벌이지만 그의 경영철학처럼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정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저력은 공익을 우선시하며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과 소박하고 투명한 정치권력이란 생각이 든다. 동시에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조세와 사회 보험료를 모두 합한 국민 부담률이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25%인 반면 스웨덴은 46%이다. 이러한 재원이 스웨덴모델을 지탱하는 원천일 것이다. 복지는 여력이 있을 때보다는 어려울 때 더 많은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스웨덴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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