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꼼수

  • 입력 2018.04.02 12:02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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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사회, 누구나 열심히 하면 한만큼 대접받는 사회!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많이했던 말이다.
수많은 어록을 남겼지만 가장 노무현다운 어록은 단연 “반칙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에 거침이 없었고, 자신의 말 뒤에 또다른 꼼수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했다. 직설적이었고 거침이 없었다.

이것이 때로는 보수언론에서 언행이 가볍다는 시덥잖은 비판을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보수언론은 그렇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어투나 어록을 싫어했지만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노무현의 어록에 그의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이 또 하나의 주옥같은 어록을 남겼다.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대통령 당선직후 취임사에서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 ‘반칙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가 거칠지만 직설적인 용어로 단명하게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운율과 함께 리듬까지 가미된 정제된 어록의 징수다.

이렇게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정치철학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형국에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형태를 보면 과연 이들이 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신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남도지사 공천룰이 반칙과 꼼수로 뒤범벅 되어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밥상이 차려지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얻겠다는 심뽀고, 또 한 후보는 이미 당헌·당규 위반으로 출마 자격조차 없는데도 중앙당이 후보자격을 예외로 두는 꼼수를 자행했다.
바로 장만채 전 교육감과 김영록 전 장관의 이야기다.

김영록 전 장관은 지역위원장 120일전 사퇴라는 당헌·당규를 위반했고, 장만채 전 교육감은 지난 총선때 국민의 당과 관련한 구설수로 정치철학과 정체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미 결론이 나왔어야 했다.
두 후보 모두 자격미달로 공천참여를 배제하면 될 일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했던 ‘반칙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나 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시작은 동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을 도입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소속 대통령들의 어록에 똥물을 부었다.
장만채 전교육감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입당을, 김영록 전 장관의 당헌·당규 위반에 대해서는 자격박탈이 아닌 경선참여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당헌·당규 조차도 지키지 못한 후보가 누구에게 법을 지키라고 이야기할 것이고 누구에게 규정을 따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고무줄 기준을 놓고 국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오만함의 끝을 보는 것 같다.
‘미투’ 운동의 시발점에 대해 민주당은 다시한번 되집어 보기를 바란다.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각성해서 벌인 일이 아니다.

평생 가슴에 묻어든 상처를 가해자가 다시 헤집어놓았기 때문이고, 가해자가 헤집은 것은 바로, 피해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스스로 자신들을 용서하고 스스로 자신들을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정작 용서한 적이 없는데 가해자가 고해성사를 통해 또는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를 용서하고 무마하고 합리화하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남도지사 경선후보의 고무줄 잣대에 대해 가해자이면서 스스로를 용서하고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용서는 가해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하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후보를 버젓이 우리당의 상품이라고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공당을 국민들이 용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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