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이 성공하려면

  • 입력 2019.02.19 14:53
  • 수정 2019.02.19 14:54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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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다례
▲ 백다례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우리 같은 지방 중소도시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입니다. 더욱이 지방소멸과 수도권의 초집중화로 인한 지역 간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국가정책입니다. 그런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점점 더 산으로 가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문정부는 천정부지로 솟는 미친 서울 집값을 잡겠다면서 수도권에 미니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즉각 곳곳에서는 국가균형발전과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알다시피 국가균형발전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문정부하에서도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었습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의 해법이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되어져 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문정부 역시 단기적인 효과에 불과한 토건사업을 벌여 부동산 투기심리를 더욱 부추기는데 일조할 수 있는 방식의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금년 초에 24조가 넘는 예타법 면제(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국무회의 수준에서 결정함으로써 또다시 문정부의 정책판단 능력에 의문을 품게 했습니다. 예타법이 무엇입니까? 국가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민주적으로 사용하고자 김대중정부가 만든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실제로 세계 최고의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등으로 부조리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함은 물론 정의실현 차원에서도 필요한 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의 예타법 근간 자체를 뒤흔들면서 건설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 예타법 면제를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보기에 두 정책은 진보정부를 자처하고 이전 보수정부들의 적폐 청산을 구호로 내세운 문정부로서는 사실상 자기를 부정한 행위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금번 사업들은 본질적으로는 토건사업입니다. 이 토건사업은 국민들의 갈증이나 불만을 일거에 해소하고 전 국토를 투기의 장으로 만들어 온 박정희나 이명박식의 경제발전 논리의 다름 아닙니다.

거기에다 금번 예타법 면제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예타면제 사업 결정 자체의 옳고 그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즉 사업의 분배 순서가 바뀌었다는데 더 문제가 있습니다. 전체 예산을 보면 총 예산의 24조 원 중 도로나 전철, 비행장을 만드는데 16조원이 쓰입니다. 반면 지역전략산업 투자에는 3조 6천억원,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는 4조원으로 총 7조 5천 억 원에 불과합니다. 진정 금번 예타면제 사업이 지방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면서도 지방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기폭제가 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는 대목입니다.

지방을 근본적으로 살리는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고속철도나 도로를 건설하면 지방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수도권의 사람들이 지방으로 와서 살고 싶어지겠습니까? 관광객이 늘어나서 경제가 발전하겠습니까? 이런 판단은 지방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입니다. 정주환경 쇠락으로 원주민들도 떠나는 지방에 누가 이동이 빨라진다고 와서 살겠으며 관광객이 오겠습니까? 외려 지방도시들의 정주 및 교육환경과 삶의 편리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편리한 고속철은 외지 소비를 촉진할 뿐입니다. 실제로 교통망의 편리성 증대만큼 지방의 상권과 교육권이 다 죽고 있습니다. 제2의 대도시 부산혁신도시로 이사 온 공공기관 이주자들도 자신들의 자녀를 부산 현지 고교에 진학시키지 않고 서울로 보내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고속철도 개통 이후 지방의 대형병원이나 백화점들이 더 어려워진 현실은 또 어떻습니까?

따라서 문정부는 예타면제 사업에서 SOC 부분을 줄이고 삶의 질 개선이나 지역전략산업 투자 부분에 더 비중을 늘려야합니다. 또 전국의 중소지방도시의 정주환경 개선과 삶의 질 개선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20개를 전부 지방으로 이전시켜 반쪽 성공으로 그친 혁신도시들에 더 힘을 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정부가 서울대를 전국에 분산시켜서 서울 중심성을 해체하는 업적을 세워야 합니다. 문정부는 더 이상 국가균형발전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것을 중단하고 차라리 '지방정주환경혁신정부'로 그 타이틀을 바꾸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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