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딴 세상 사람들일까?
요즘 부척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잠이 안오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것 마저도 쉽지 않다. 영화 한편을 보려고 해도 좀처럼 집중되지 않고, 책을 보려고 해도 채 5분을 넘기지 못한다.
잘 알고 지내는 의사에게 물었더니 요즘 가장 흔한말이 되어 버린 ‘내란성 수면장애’란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지난 12월 3일 계엄을 겪고 나서 일상의 생활이 많이 무너졌다.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할만도 한데 그게 잘 안된다.
당장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매일 좌불안석이다. 게다가 관저에 틀어박힌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몇날 며칠을 셌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가 뭐라고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털어내려고 해도 좀처럼 털어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겨우 대통력이 체포되고 헌법재판소가 열리면서 나름 평온을 찾는 듯 했다.
서부법원이 무법천지가 되고, 극우 개신교에서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광란의 날을 보내도 나름 안정된 생활을 취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체포되어 있고, 동조했던 군인들이 체포되어 있고, 아직 일부 국무위원들과 잔당들이 남아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이제는 도도한 민주주의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지 제법 여유도 생긴 것 같았다.
이제 평온을 되찾고 대통령 탄핵만 하면 우리들의 일상이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국민의 힘 의원들이 일베 극우화 되어가도 곧 심판받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고, 검찰총장과 사법부 일부에서 온갖 법기술을 부려도 이제는 별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다시 평온을 되찾아가던 일상이 느닺없이 무너졌다. 희안한 논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잘못됐다는 판사가 나오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석방을 시켜준 검찰을 보면서 우리들의 일상이 다시 무너졌다. 헌법재판소도 탄핵 선고를 미루고 있다. 그렇게 불면의 밤은 거짓말처럼 다시 찾아왔다.
불면의 밤이 반복되고 있다. 신문을 보려고 해도 글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지는 탄핵 선고일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에 이제 병이라도 생길 것 같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 군대까지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했던 계엄을 외써 외면하고 줄탄핵을 거듭한 민주당을 욕하는 자들, 하루하루 타들어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탄핵 선고일을 미루고 있는 이들, 하나님을 섬긴다는 자들이 입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인류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이재명에 대한 암살 성공을 기원하고 민주당을 밟아야 한다고 노래하고, 윤석을 탄핵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저주를 퍼붇는 목회자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의문이다.
정작 우리랑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이들이 맞을까? 아니면 저들이 사는 세상을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 그래서는 안되지만 불면의 밤이 지속될수록 신경도 날카로워지는 것인지 자꾸만 태종 이방원과 수양대군이 떠오른다.
태종 이방원은 조선초기 왕권을 강화하고 후대에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준다는 명분으로 피의 숙청을 벌였다. 심지어 처가도 국정에 간섭한다는 죄목으로 도륙을 내버렸다. 수양대군인 세조도 왕권강화를 위해 숙청에 의존했다. 반대파들을 온갖 명분을 내세워 처단했다. 그래서는 안되었다. 무력으로 정치적 반대파들을 제거해서는 결코 안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생각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불안함이다. 이렇게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도 나중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온갖 법기술을 부려 대한민국을 장악해 온 이들을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 심판할 수 있을까? 그것을 봐야 온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탄핵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