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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산다(17) - 용문사랑 마을공동체 이종운 대표

나 혼자 산다? “무슨 재미로”

2023. 11. 09 by 박다원 기자

한 종편 프로그램 중 중년들의 또 다른 로망을 담은 ‘나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의 주인공들과 달리 혼자서는 죽어도 못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주공익활동가이자 용문사랑 마을공동체 이종운 대표다.

그런 이종운 대표를 2023년 11월 문평면에서 만났다. 고등학교 교사로 3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업인, 임업인, 전남마을행복디자이너 5기 회장, 전남마을활동가 통합추진위원장, 나주마을넷 설립추진위원장, 나주마을넷 초대회장으로 종횡무진 달려 온 활동가이다.

이 대표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의 고향은 더 이상 옛날의 고향이 아니었다. 50여년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무기력하게 마을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내가 할 일은 없을까?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고, 그 책임감이 오랜 시간 봉사의 길을 걷는 원동력이 됐다.

의욕이 앞섰던 초반의 시행착오는 값진 자산이 됐다. 주변 사람들과의 많은 소통의 시간도 활동가로서의 축적의 시간이 됐고, 자연스럽게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과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익활동 교육을 받고 3년여만에 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만들었다.

혼자 잘사는 마을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공동체의 실험과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용문사랑 공동체는 용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마을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생활 공동체이다.

용문마을은 역사적으로는 유물이 많고 임진왜란, 정유재란, 동학란 등을 겪으면서 의병들의 은신처로 유명한 마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이 인공 저수지를 만들어 용문마을을 의도적으로 파괴시켰고, 한국전쟁때는 민간인 학살과 방화의 아픔이 많았던 마을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용문면과 거평면에서 문과 평의 글자를 따서 문평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2021년 용문사랑 마을공동체를 설립하여 2024년 공동체 완성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진행형인 벚꽃길 조성사업, 명절 어르신 위안잔치, 무료 장례 봉사활동, 용문 의병밥상과 37가지 전통음식 재현사업, 향토음식 배우기, 어르신 안부 전하기, 용문 자치순찰대, 마을입구 꽂길 조성사업, 마을길 청소, 냇가 쓰레기 줍기, 야간 안전사고 예방 전등 설치, 개울 복개공사, 생활안전 교육, 우리 농악즐기기 등 수많은 행사들이 마을공동체의 사업이다.

한때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하며 한가로운 ‘나혼자 산다’를 꿈꿨던 이종운 대표는 이제 ‘죽어도 혼자서는 못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게다가 아직도 마을을 위해 갈 길이 멀다. 때로는 활동가로, 때로는 추진위원으로, 때로는 대표로, 때로는 회장으로 마을에 다목적복지관이 세워질 때까지 열 직함 마다 않는다.

이 대표가 살고 있는 농촌은 어디든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어르신들이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를 놓고 고뇌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도 이 대표의 고민이다.

현재 용문마을에는 약 4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복지관이 없다. 이종운 대표는 마을의 폐교 부지를 이용하여 다목적 복지관으로 만들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보호시설로 변모를 꿈꾼다. 선조들이 먹었던 음식, 특히 의병들이 먹었던 음식과 의복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건물로의 변모를 꿈꾼다. 여기에 마을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전통놀이를 계승하고 어르신들의 지혜와 예의를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공간도 꿈꾼다. 그것이 이 대표가 바라는 복지관이다.

그런 이 대표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2023년 11월 9일 큰 선물이 도착했다. 이종운 대표가 전라남도에서 주최하는 마을공동체 한마당에서 “전남마을공동체활동 최우수상”을 대표로 받았다. 오로지 마을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이루어 낸 결과겠지만 이 대표는 모든 공을 협심하여 동참한 마을 어르신들에게 돌렸다.

마을공동체란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해있는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점에서 “혼자 잘 살면 무슨 재미”라는 어느 농부의 책 재목이 생각난다. 함께 잘 살아야제! 혼자 잘 살면 무슨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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