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회상 - 홍기일 열사를 그리며…

  • 입력 2009.08.17 10:21
  • 기자명 김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5년 8월 15일 12시가 넘어 광주YMCA 앞 버스승강장에 서 있었다.

오전 내내 교육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 뜨거운 햇살을 피해 승강장에 기대고 서 있을 무렵, 버스를 기다리느라 몇 사람이 서 있는데 부스스하고 약간 남루한 차림의 사내가 손에 종이를 주며 재빠르게 지나갔다.

무심결에 받은 종이를 들고만 있을 뿐 펼쳐볼 생각 없는 덥고 나른한 낮이었다.

그러다가 하얀 연기 덩어리가 무슨 소리를 지르며 도로를 지나는 것이다.

갑자기 놀라움으로 순식간에 휘둥그러움을 뒤로 하고 여러 소란이 일기 시작 하였다.



하얗고 빨간 불꽃이었다.

무더운 한 낮, 멍하던 나의 시선은 순간 놀라움과 함께 몇 사람과 하얀 연기의 불꽃을 쫓아 뛰어 갔다.

몇 미터도 되지 않은 거리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광경으로 놀라움은 극한 상황이 되었다.(옛 도청 앞 분수대에서 광주은행 쪽)

조금가다 멈칫하며 쓰러진 (건너편 약국 앞에서) 불꽃과 연기는 약국에서 나온 남자와 몇 사람이 물을 뿌리는 등 급하게 불을 끄던 중, 경찰차가 도착하고 수습 후 차에 옮겨졌다.

건너편에서 안타까움으로 발만 동동 구르던 사이 차는 유턴하여 내 앞을 지나는데 뒷좌석에 앉은 그와 짧은 순간에 눈이 마주쳤다. 무엇인지 나에게 호소하는 듯 슬프고 아주 강렬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나선 그는 내 앞에서 분신한 것이다.



경찰차가 사라진 한참 후에야 정신이 들어 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읽어 보았다.

철자법이 틀리고 서투른 문장으로 삐뚤게 적힌 종이에는 시민들이 깨어나길, 독재, 착취,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종이에 적혀진 내용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무엇 때문에, 왜, 저 사람이 이래야만 했던 걸까?



며칠 후...



슬프고도 강렬한 눈빛을 가진 그 사람이 운명을 달리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말았다.

잠깐이었으나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서 지나치는 나와 눈을 마주쳤던 상태로 봐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 당시에 많은 투사들이 민주주의를 부르짖다가 연행되고 독재에 항거하며 분신하여 대신 고통을 감내하던 이들이 많았다. 충격은 오래갔다.

직접 목격한 이 사실에 10개월여를 먹지 못하는 고통으로 지내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슬픔으로 고통스러웠다.



홍기일!



언제나 여름이 되면, 8월이 되면 그 이름을 떠올린다. 자신을 태워 민주주의를 민족통일을 전하려던 심정을 해하려본다.

그가 떠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진정한 삶을 몸으로 표현한 사람들!





'앗 저게 뭐야'

'저런저런' '아이구야'

'뭐야뭐야 응?' '어쩌냐? 아이구'

'아니, 뭐야' '사람이래'

'아이고 큰일났네'

'사람이야, 사람인디'

'으응? 사람이 왜?'

'아이고 어찐다냐?'

.............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