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원형지 공급 현실성 낮아

"세종시와 지가경쟁 안돼 입주기업 없을 것"

  • 입력 2010.01.18 14:35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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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종시 특혜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전국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국가산업단지 등에 원형지 공급을 제시했으나 지방에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형지로 공급할 만한 땅이 거의 없는 데다 이미 땅값이 높게 책정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형지는 개발이 안 된 땅으로 기업이 독자적으로 토지이용계획과 건축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곳이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나주혁신도시의 경우 쓸 만한 원형지가 부족한 데다 원형지로 공급되더라도 세종시와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든 실정이다.

단순히 토지매입가 기준으로 산정하더라도 3.3㎡당 40만~45만원 선으로 세종시(36만~40만원)보다 높다. 이미 도로ㆍ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원형지로 가격 환산도 어렵다.

또 원형지 공급을 위해서는 토지이용계획 변경과 이전기관 등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해, 혁신도시 준공마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곳은 기반시설 조성 이후 3.3㎡당 149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나주시 한 관계자는 "입지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데다 원형지 공급을 해도 세종시와 지가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관계자도 "세종시 개발계획이 혁신도시보다는 지역의 특화 및 주력사업과 겹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LED 등 광주의 광산업과 전남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기업 유치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GS그룹의 연료전지 생산업체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나주행을 포기하고 세종시로 발길을 돌리는 등 후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까지 혁신도시 인근 15만여㎡의 부지에 1,000여억원을 투자해 연료전지 공장을 짓기로 하고 전남도와 공장신설 등을 협의해 왔으나 최근 세종시행을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검사정공사 신호철(42) 이사는 "앞으로 세종시에 입주할 태양광 산업 업체들에 수주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오스트리아 태양광 모듈 업체인 '에스에스에프'(SSF)가 유일한 국외 투자기업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국검사정공사는 지난해 7월 본사를 문평 산업단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뒤, 올 6월 말까지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수도권 태양광 산업 연관업체 5개사와 공동으로 문평 산업단지에 입주해 태양광 설비 국산화에 도전하고 나섰지만 세정시 수정안 때문에 진로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5+2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에 따른 각 지역의 미래·성장산업과 충돌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그동안 공들여온 기업 유치가 세종시 수정안으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분노에 찬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호남권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엘이디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광주시는 신재생에너지와 엘이디 등 지역 신성장산업이 세종시 수정안과 중복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광주시의 역점 산업을 위축시키고 광주·전남 혁신도시, 광주 연구개발 특구 육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기업에 온갖 특혜, 대기업 행복시"
최인기 의원 "세종시 동일한 혜택"요구


국회ㆍ혁신도시건설촉진국회의원모임 대표인 최인기 의원(민주당)은 지난 11일 정부의 수정세종시 최종안 발표와 관련해「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에 따른 원칙과 기준도 없는 특혜 부여, 세종시 블랙홀로 지방 황폐화 우려, 국토균형발전 훼손 등의 현실화로 대기업만 행복한 도시」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 의원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일부 중앙행정부처를 이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하고자 했던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의 경제신도시'로 격하시켰다"며 "세종시에 엄청난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공공기관지방이전 혁신도시에 엄청난 타격을 줌은 물론 영ㆍ호남과 충청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등이 중대한 존ㆍ폐 기로에 처해졌고,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균형 발전 가치는 요원해졌다"고 밝혔다.

또 최인기 의원은 "혁신도시의 '원형지개발'은 오히려 부동산 개발을 통한 대기업의 땅 장사를 공인 해 주었고 국가균형발전의 본질적 가치가 사라지고 수도권 지방간은 물론 지역간 경쟁과 대립ㆍ갈등 격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500만 지방민들의 생존을 위한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면서까지 세종시에 특혜를 부여한다면 10개 혁신도시지역민들을 중심으로 민란수준에 가까운 대정부 저항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임을"경고했다.

이와 함께 국회ㆍ혁신도시건설촉진국회의원모임은 '혁신도시에도 세종시,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입주 혜택을 제공할 것'과 '세종시와 동일한 정부지원','지역의 싱크탱크 기능을 하도록 혁신도시에 대학 등을 적극 유치할 것', '혁신도시의 활성화를 위한 정주여건을 지원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나주시지부(지부장 장치민) 역시 지난 13일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세종시 수정안 철회하고 혁신도시 건설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나주시지부는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을 보면 현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비젼이 전혀 없으며 오리려 지방분권을 저해하여 수도권만 과밀하게 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세종시에 주는 특혜를 마다하고 지방에 추진 중인 혁신도시, 기업도시에 어느 기업이 투자하겠으며 이는 행정의 일관성과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특혜 부여로 지방 황폐화와 국가균형발전 훼손이 자명한일"이라고 밝혔다.

또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세종시 변경안에 대하여 공무원노동조합 나주시지부 전 조합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국을 국론분열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투자와 고용 등 경제논리만 주장하며 그토록 국민이 반대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과 함께 진정으로 소통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 나주시지부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고 헌재판결, 및 국회통과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추진해온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정부는 혁신도시가 당초 계획대로 2012년까지 차질 없이 완공되도록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국민 앞에 밝힐 것'과 '국가 정책의 신뢰성과 형평성을 훼손하고 지역간 갈등과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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