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약 마시는 형님들

  • 입력 2014.11.17 09:45
  • 기자명 세지면 이윤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가 50이 넘어가면서 나의 삶에 대해 뒤 돌아 볼때가 종종 생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도 나에게 뭐가 남았을까? 생각하다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20대 초반에 시집와서 농사를 지으면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해왔다.

초등학교 급식실에서도 일했고, 남의 일도 다녔고, 여러 가지 조사 아르바이트도 했었고 방에서 10분을 누워 있은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
남은게 있다면 손가락이 뒤틀리고 굳어진데서 오는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약이 없으면 하루도 서서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작년에 우연히 나주여성농업인센터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 개발 설문조사에 응답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지역 형님들과 설문지를 작성하면서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문화 공연을 배우고 싶다고 했었다.
올해 4월에 나주여성농업인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난타교육을 전남 문화예술재단에서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농촌여건상(교통,시간) 희망사항일 뿐이었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환호성을 외쳤다.
세지면복지회관에 회원모집공고를 내고 1주일만에 35명이 신청을 했다.
첫 수업날 반응이 너무 좋았다.

회원 대부분이 50대, 60대 이다.
60대 넘는 형님들은 난타치러 오실땐 보약마시러 온다고 하실 정도로 즐거움과 삶의 활력소를 듬뿍 담아 가셨다.

그중 한분이 날마다 무릎에 멍이 퍼렇게 들 정도로 연습해도 좀처럼 실력이 늘지가 않았다. 1번 연습하고, 2번 연습하고 1번을 다시 해보세요 하면 언제 1번을 배웠나 할정도로 도무지 기억을 못하셨다.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셔서 도와드릴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1번부터 16번까지 가락을 세게, 약하게에 따라 그림을 그려서 만들어 드렸다.

혹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설명을 해드렸다.
그림을 보면서 자기 연습을 열심히 하신 결과로 한달 후 수업시간에 강사님께서 실력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하시며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하셨냐고 하시며 함께 배우는 회원들과 함께 큰 박수를 쳐 주셨다.

이후로 다른 분들도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해서 계속 그려 드리고 있다.
내가 몸이 안좋아서 직접 북을 두드리기는 힘들지만 수업시간에 뒤에서 지켜보면서 새로운 가락을 그림으로 그려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니 나또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에게 남은 것은 나의 건강을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사람들과 나를 보며 웃어주는 사람들이다.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