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 노래 그 아련한 추억 속에 흠뻑 취하다

  • 입력 2014.11.25 08:41
  • 수정 2014.11.25 08:52
  • 기자명 이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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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한 시간여 더 기다려야 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혹은 행여 자리가 없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일찍이 대문 밖을 나선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마주친 얼굴들을 두 손 맞잡고 반가워하며, 기다림을 달랬다. 괜시리 도톰한 점퍼 주머니에서 입장권을 꺼내 보며, 그 시절 추억을 떠올려 본다.
갑자기 누군가가 줄을 섰다. 약속이라도 한 듯, 흩어졌던 인파가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마냥 서서 기다리시게 할 순 없어, 따듯한 차 한 잔 하시길 권유해보지만 이내 부질없는 말이 되고 만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문이 열렸다. 쇼는 시작됐고, 음악이 흘렀다. 나주신문 창간 22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그 시절 그 노래 ‘뽀빠이 유랑극단’이 그 화려한 막을 두 차례에 걸쳐 올리며 2천5백여 명의 관객들을 아련한 추억속으로 초대했다.

 
 
뽀빠이

뽀빠이 이상용. 올해로 72세, 만으로는 고희. 10년 간 우정의 무대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며 4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화려한 입담을 과시했던 뽀빠이의 명성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쉴 틈 없이 오가는 유쾌한 만담과 제스처에 관객들은 자지러졌다.
야하지만 마냥 야하지만은 않은 그만의 19금 유머와 황당한 에피소드를 접목시킨 다양한 장르의 입담은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고, 폭소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단순 오락 차원의 입담뿐이 아닌, 시사,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 키우는 개가 짖지를 않아요. 주인이 도둑인데 왜 짖겠어요”, “어떤 놈은 군대안 갈려고 멀쩡한 이빨 수십 개를 뽑았는데, 세상에 글쎄 신체검사 받아보니, 평발로 군대 면제를 받았지 뭐예요. 그런 멍청하고 한심한 놈이 어딨어”
객석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고, 그의 언중유골에 공감했다. 이따금씩 관객들은 다른 순서가 아닌 그의 등장만을 기다렸고, 그는 무대와 객석 사이의 조율자로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봉사단
화려한 무대 뒤편, 나주신문 ‘더불어 봉사단’과 ‘시민 기자단’ 회원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사명을 다했다. 상황실 부스를 별도 설치해 공연장을 찾는 이들에게 따듯한 커피와, 차를 무료로 제공했다. 수많은 인파 속 주차 안내와,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객석 안내, 더불어 무대 뒷정리도 그들의 몫이었다. 안전사고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오늘 날, 소리 없는 그들의 헌신 덕택에 사고 없이 무사히 무대를 끝마칠 수 있었다.

 
 
끝으로

지난 달 ‘인순이 팝 오케스트라 공연’에 21일 윤복희가 출연한 ‘마리아 마리아 뮤지컬’,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뛰는 대형 스케일의 공연이 연이어 펼쳐진 가운데, 소위 공연의 홍수 속에 이번 유랑극단이 이토록 흥행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무료도 아닌 유료공연이기에 티켓 가격에 대해 여기저기서 이견이 많았다. 특히나 주 관객층이 6,70대 어르신들이 될 것이다 예상한바 고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재정적 지원 없이 이번 유랑극단 공연을 준비하면서 나주신문은 바쁘고 고된 일상 속에 살아가는 나주 시민들에게 옛 것이 되어 점점 잊혀 져만 가는 그때 그 시절 그 노래 그 추억들을 되살려, 함께 웃으며 즐기고, 위로하여 다시금 힘을 내는 그런 시간. 그 순간을 바라고 기대해왔다.
값어치에 대한 평가는 그날 공연장을 찾아주신 관객분들의 몫일 것이다.
공연장을 찾아 주신 시민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나주신문의 아름다운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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