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思一言(삼사일언)

  • 입력 2015.07.20 15:48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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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현수 변호사
▲ 홍현수 변호사
직상 상사가 회사에 갓 들어온 신입직원에게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아기 낳은 여자랑 똑같아"라고 말하고, 다음날에는 목덜미에 있는 아토피 자국을 보며 "어젯밤 남자랑 뭐 했어? 목에 이게 뭐야?"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죄가 성립할까요?

성폭행 범죄가 성립한다고 생각하였다면 아쉽게도 정답이 아닙니다. 쉽게 성희롱으로 처벌받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우리 형사법에는 언어적인 성폭력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성희롱을 ‘성폭력범죄’로 처벌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우리 형사법은 폭행‧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거나 간음하는 죄를 강제추행 또는 강간죄 등으로 처벌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는 있습니다(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3조).

즉, 언어적인 성희롱에서 나아가 전화, 우편, 모바일 등을 통해 말,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으로 처벌받지만, 단순한 말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에는 아직까지 형사처벌이 불가능합니다.

형사법에서 성희롱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당연하게도 그건 아닙니다. 먼저, 최근 직장 내 성범죄 예방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에 따라 직장 내에서 견책, 감봉, 해고 등의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성희롱을 하는 경우에는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형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11조).

나아가, 인격권을 침해했음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당할 수도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민법 제750조).

앞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사건은 최근에 실제 있었던 사건입니다. 모 연구소에 첫 출근한 B씨(女)에게 A씨(女)가 위와 같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하자, B씨가 A씨를 모욕죄로 고소하고, 나아가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A씨는 모욕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고, 모 연구소와 연대하여 B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민사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씨의 언행이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인 언동의 범주를 넘어 B씨로 하여금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B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A씨와 모 연구소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성희롱을 한 사람은 A씨인데, 왜 모 연구소도 함께 배상책임이 인정됐을까요? 네,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 때문입니다. 우리 민법 756조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 연구소가 A씨를 고용하고 있고, A씨가 업무와 관계된 상황에서 B씨에게 성희롱을 했기 때문에 모 연구소도 A씨와 연대하여 B씨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입니다.

一言旣出駟馬難追(일언기출사마난추)란 말이 있습니다. 한 마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도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번 일을 경계삼아 말로써 화를 입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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