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유피[虎死留皮],인사유명[人死留名];

  • 입력 2016.07.11 10:42
  • 수정 2016.07.18 13:59
  • 기자명 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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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천호 시민기자
▲ 박천호 시민기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즉 사람은 죽어서 이 세상에 명예와 흔적을 후세에 남긴다는 말이다.

<오대사>에 출전한다. 구양수가 쓴 신오대 열전에서 후양(後梁)의 왕언장(王彦章)을 높이 평가하여 이르는 내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나서 평생의 업적을 후대까지 그 이름을 길이 빛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제의 호사유피는 표사유피(豹死留皮)가 원본이며, 인재명(人在名),호재피(虎在皮)라고도 한다.

국내미술품경매낙찰최고가, 기록경신! ‘김환기’유작 무제(無題), 54억! 와!!!!!!! 6월28일자 각 언론매체들의 뉴스와 기사 내용이다.

지난해(2015년) 10월,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의 그림이 47억2천만 원에 낙찰되어 종전의 최고가격[박수근 作 빨래터(45억2천)]을 8년 만에 경신하더니, 지난달 28일 K옥션에서 당사자의 ‘무제’가 54억에 팔리는 새로운 기록을 새우는데 불과 8개월 만이었다.

이렇듯 국내미술품경매최고가는 1~4위까지를 김환기가 독점하고 있으므로, 그분의 경쟁자는 이제 그분 자신뿐인 것이다.

김환기 탄생 100주년기념 특별기획전으로 서울 종로구 환기미술관에서 우리나라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의 명화들이 갈무리되어 이 세상에 등장했다. 그가 피난시절부터 미국작업시기까지 수작400여점을 내보이는 이번 특별전이 오는 8월14일까지 연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히포크라테스>=>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환기미술관 특별전 명제>

수화, 김환기(1913~1974)서양화가는 내 고장 신안출신이다. 글쓴이의 동향인이기도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짧은 나이61세로(요즘 나이같으면) 생을 마치게 된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라는 다도해 한 섬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의 성장배경은 천혜자연이주는 해상공원의 수많은 섬들, 섬마을 마당가 매화나무 향내, 그 사이로 밤하늘에 둥실 떠오를 보름달, 그 밑으로 펼쳐질 푸른 바다를 보며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소년이었을 것이다.

고향-서울-일본을 오가며 그림에 몰두하더니 현대미술의 메카 파리를 거쳐 뉴욕으로 건너간다. 1970년 전후로 점과 선만의 완전한 추상화로 캔버스전체가 가득차기 시작하는데 그의 친구 김광섭시집에서 인용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라는 작품제목으로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게 된다.

한국미술계 추상미술의 선구자 역할로 서구 현대사조(思潮)의 경향을 한국화 했다는 평을 받으며 우리미술을 국제화로 이끈다. 조화로운 조형미와 시적 감각을 근간으로 한국회화의 정체성을 자리매김하게 되는 원동력은 새로운 예술, 세계적인 예술로 나가기위해서 먼저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근본회귀를 깨달아 당시 서구에서 한창 대세이던 상징과 추상의 기법에 조용히 다가가 차용하면서 고조된 화면구성의 기교와 분위기를 맛보게 된다.

강,산,달,나무,꽃,구름 등의 대자연과 전통항아리와 목 가구, 여인 등 모든 사물을 대상symbol로 추상정물화작업을 선보이더니 이후에는 그에게 신안앞바다의 출렁이는 푸른 파도위에 꿈틀거리며 점점이 떠있는 섬들, 광활하게 펼쳐진 해변의 은빛모래사장 등을 그리워하며 고국하늘과 고향의 색상을 소재로 늘 푸르게 표출하는 비 구상화 스타일리스트가 된다. 그 자신의 색이기도, 점과 선이기도 한 것이다.

서양미술의 추상성과 실험성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자신의 지적 감정과 영혼을 정화시키기 위해 무겁게 사색하고 탐구하면서 온통 동양적이자 민족적 예술혼을 인간애와 망향의 애틋함에 접목시킨 높은 심미안(審美眼)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놓았다는 미술학적 평가이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문맥상 대조를 이루는 어구다. 예술은 끊임없이 달아나는 성질을 갖기에 종착역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성을 지닌 완숙이란 시공간에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그런 이상(理想/ideal)에 접근해보려고 부단히 애쓰는 행위의식으로 외롭고 난삽(難澁)함에 자신과의 싸움질뿐인 것이다.
 
또 성에차지안치만 결국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책임질 줄도 알아야한다. 그렇게 자신의 혼을 담아낸 예술은 매우 길도록 남는다. 그러나 짧은 인생은 얼른 애안(涯岸)의 물가에 이르고 만다는 애기다.

그래서 흔히 역대 유명한 예술가들은 일생을 마친 뒤에야 빛을 본다. 인재명(人在名)! 그들 자신의 예술학 영혼은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항상 그들의 첫 주소를 버리고 새 주소를 찾아서 나서는 것이다.

 

우리고장출신인 故 김환기는 근현대미술사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가이다.

유한한 인생 환기가 무한한 예술로 남겨놓은 그 내면적 고향산천의 자연은 더 깊고 영구할 것이다. 그의 주옥편(珠玉篇)같은 작품들은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듯이..” 예술과 대중공감성이 바탕이 되는 미술사적 연구와 전기에서 뿐만이 아니라 국내외 미술시장 언제어디서나 오래도록 한국현대작가로서 최고의 호평과 가격으로 그를 대접하고 있을 것이다. <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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