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의 운명

  • 입력 2016.07.18 11:38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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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EU탈퇴와 국민투표 결과를 놓고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찬반 모두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탈퇴를 주도한 보수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새로운 총리는 EU잔류를 주장하는 사람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진짜 이유는 난민과 일자리, 유럽연합의 규제와 이민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보다 복잡하다. 이번 브렉시트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극우적인 자질미달의 정치인들이 벌인 부도덕과 면피성 도박이란 평가도 있다.

크게는 유럽에 확산된 보수화 경향을 문제로 지적할 수 있고 작게는 유럽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일 수 있다. 프랑스의 부자들도 톨레랑스 전통에 따라 기꺼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추가적인 세금을 내면서 희생을 감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유럽 국가들의 사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의 복지혜택이 축소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등록금을 받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민자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도 부담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영국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이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왜곡한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이민자와 난민들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차지하고 복지비용 부담을 늘리더니 마지막 테러사건은 뇌관에 불을 붙인 꼴이 되었다.

더 이상 못 참겠다는 것이다. 생각이 달라진 표현이 투표결과로 나타났지만 지역별 연령별 찬반은 더 복잡하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같은 경우는 잔류를, 남부지역인 웨일즈와 잉글랜드는 탈퇴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젊은이들은 대부분 EU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 청년들은 단단히 화가 나있다.

노인들의 복지비 때문에 영국을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무료 보건의료서비스인 NHS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국가 무상의료시스템이 재정위기에 봉착하고 의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되면서 민영화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투표에서 탈퇴 진영이 가장 핵심적으로 내세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들의 국가무상의료인 NHS를 살리자는 것이었다.

매년 납부하는 엄청난 유럽연합 분담금을 NHS에 사용해서 더 나은 복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극우성향의 독립당이나 주류 정당들은 EU탈퇴를 위해 이민자를 활용한 셈이다.

이민자들 때문에 병원진료가 밀리고, 학교에 자리가 없고, 소득이 떨어져 국민들이 고통 받는다는 주장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고통스러운 것은 이민자들 때문이 아니라 진짜 원인은 현 정부의 극심한 긴축재정에서 찾아야 한다. 결국 이민자는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다.

국민투표 실시 전 2월19일 유럽 각국은 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해 합의안을 통과시켜준 주요내용도 복지비용이었다. 브렉시트는 유럽전체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한마디로 대국답지도 못하고 신사의 나라라는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금 자기들이 저지른 일을 왜 했는지 서로 헷갈려하는 모양새다. 극우성향의 정치집단들도 막연하게 탈퇴를 주장했을 뿐 탈퇴에 따른 준비와 영향에 대해선 무관심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벌써 독일과 프랑스의 압박이 시작되고 중국은 미소를 짓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은 경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19세기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의 기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영국은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산업혁명의 고향이며 전 세계의 교과서에서 모델로 배우는 사회복지의 대표적인 나라이다. 또한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처방하여 죽어가는 자본주의를 살린 케인즈의 나라이다.

그러나 이번 브렉시트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문학과 화려한 시절을 회복하려는 과욕만 있었을 뿐 준비는 없었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스코틀랜드는 이미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을 대비해 계획을 짜둔 상태로 보인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통일운동 진영에서는 2년 내 분리 독립을 통해 영국의 EU회원국 지위를 승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는 이제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브렉시트의 운명은 유럽을 새로운 질서로 가는 나침판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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