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2천만원짜리 입학식

  • 입력 2023.02.20 13:54
  • 수정 2023.02.20 14:08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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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은 100명인데 입학식 행사에 1억 2천만 원이라니. 과연 얼마나 대단한 입학식이길래 이렇게 큰 비용이 소요될까? 전야제도 있고, 폭죽도 쏘고, 드론도 띄우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아니다. 여느 입학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행사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느 학교 이야기일까? 바로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입학식 이야기다. 한전공대로 더 많이 알려진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나주시와 전남도가 매년 100억씩. 10년간 2천억 원을 출연하고 있는 바로 그 대학 이야기다.

오는 2월 24일 열리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신입생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에 드는 비용이 1억 2천만 원이다. 이미 지난 13일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경쟁 입찰에서 낙찰회사가 정해졌다. 대학에서도 입학식 비용 문제가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자 해명자료를 통해 입학식과 별개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행사까지 포함된 것으로 사실과 맞지 않고 실제 입학식 소요 예산은 7천만 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입학식과 별개로 진행되는 대학 오리엔테이션 행사(2월 21일부터 23일까지)와 입학식 행사 예산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입학식 당일이 아닌 대학 오리엔테이션 행사까지 포함된 금액으로, 보도 내용의 경우 입학식 당일에만 소요되는 예산이 1억 3천만 원이라는 취지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도 해명했다.

이러한 대학의 입장에 대해 행사 관련 행사업체에서는 일반대학 입학식 비용에 비해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입학생은 100명인데 관련 입학식 행사 비용이 1억 2천여만 원이라는 점도 그렇고 사업 소요 기간이 짧다는 것도 행사업체로서는 엄청난 매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학식 프로그램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도 딱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없다. 전야제가 있다거나, 폭죽 이벤트가 있다거나, 아니면 대규모 드론 쇼도 없다.

학교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의 안전교육을 포함한 법정 교육, 미네르바·ESP 등 대학 교육과정 안내, 수강 신청 안내 등 대학 입학 및 기숙사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을 중점적으로 구성하였으며, 특히 오리엔테이션 기간 내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규정에 따른 법정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일정들을 필수로 포함하였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너지공대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안전하고 내실 있는 입학식 및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모든 교직원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대학교의 모기업 한전은 30조 원에 이르는 적자로 허덕여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해마다 아우성치고, 전남도와 나주시는 매년 100억씩 10년간 2천억 원을 출연해야 하는 학교. 그 학교의 입학식이 24일 열린다. 신입생은 100명인데 행사 비용이 1억 2천만 원인 입학식. 참 너무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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