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가 있다면 영산포에는 지니가 있다

나주에 산다(4)-영산포 삼영동커피집 지니
나의 아버지, 그리고 무심한 고양이 동이

  • 입력 2023.07.28 12:23
  • 수정 2023.07.28 12:37
  • 기자명 박다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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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6일 삼영동 커피집을 운영하며 캠핑을 좋아하는 지니씨를 영산포에서 만났다.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미소년 같은 그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그녀가 영산포 삼영동에서 커피집을 차린 사연은 무엇일까? 2016년 영화 “써니”와 TVN 의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면서 어릴 적 꿈꾸었던 커피집을 운영해 보고싶다는 꿈을 떠올리고 무작정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지니씨.

내려와서 주택을 구입하고 직접 리모델링을하고 커피집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고향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지만 지금은 삼영동 커피집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다만 한 가지 언제든 친구들과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며 사람을 좋아하고 자유로운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뻐 보인다.

시골에서 커피집을 운영하면서 컨설팅을 부업으로 하고있는 만능 재주꾼 지니씨의 일상 속에는 좋은사람들과의 캠핑을 빼놓을 수 없다. 지니씨는 어릴적부터 캠핑, 낚시 등을 좋아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에 읽었던 '허클베리핀의 모험'이나 '빨간머리 앤' 등의 소설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이든다.

모험심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좋은 사람과 함께 캠핑을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서울에서 살 때는 잠깐 캠핑이나 낚시를 즐기려면 한강의 난지 캠핑장을 가거나 경기도권에 있는 유료 낚시터를 갔었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캠핑을 하기 위해 멀리 떠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영산포로 터를 잡은 이후에는 언제라도 자연을 누리며 캠핑을 할 수 있고, 시골살이의 여유로움이 있고, 삼영동 커피집 근처에 영산강이 있어서, 리버뷰를 바라보며 이 모든 것들을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낸다,

하루종일 일하고 좀 쉬고 싶다 싶으면, 강가로 가서 물멍도 즐기고 불멍도 즐기고, 여름밤에는 반딧불도 보고, 수달도 만나고, 푸른 밤하늘 하얀 구름들이 있는 풍경을 보며 행복은 이런거지 싶어서 영산포를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지니씨가 말하는 캠핑의 매력은 마음의 평화와 힐링이다.

캠핑은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필요에 따라 도끼질도 해야하고 텐트를 설치치고, 철거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하는 일인데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수고로움으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좀 힘들지만 눈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이고 결국에는 그 또한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지니씨.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을 때의 편안함과 안락함이 그녀를 다시 한번 행복하게 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단잠을 잘 수 있어서 힘들고 고단한 일들이 꼭 손해 보고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주변 모든것을 각별하게 여긴다는 지니씨, 그녀는 자연은 잠시 빌려쓰는 것이라 무분별한 훼손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돌맹이 하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에도 나름 스토리가 있고, 우리는 그저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나그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오늘도 그녀는 발길이 머무는 곳으로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또한 함께한 이들이 하는 감사의 말 한마디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낀다며 그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일상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것이 좋다며 오늘도 캠핑을 가야겠다고 말한다.

무심한 듯 아닌 듯 삼색고양이 동이

지니씨와 커피향에 취해 담소를 나누는 동안 고양이 동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멍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해서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바깥에 나갔다가 비라도 맞으면 놀라서 후다닥 커피집으로 들어와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다고.

지니씨와 동이의 행복한 동거의 방법은 서로에게 무심한 듯 소유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서로를 위한 최선임을 지니씨는 잘 안다며, 사람의 관계도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소유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애써 강조한다.

서울에서 영산포로 내려올 당시에 길고양이들이 마을에 많아지자 마을 사람들이 약을 놓아 길고양이들이 많이 죽었고, 그 결과로 이번에는 쥐들이 득실득실한 마을이 되었는데 그 즈음 굶주리고 길을 잃은 어린 길 고양이 한 마리가 커피집 주변에 있어서 먹이도 주고 동이라는 이름도 지어준 것이 인연이 되어 이처럼 가족이 되었다고. 알고 보면 삼색고양이 동이가 집사를 고르는 안목이 탁월했다는.....

지니씨에게는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특별한 행운이 있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유산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고 김부장 화백이다. 다시면에서 태어나 1960년~1970년 나주에서 서라벌 사진관을 운영했다. 불혹의 나이에 한국화를 시작하였으며 정통 산수화와 자신의 색을 담을 작품으로 짧은 기간에 여러 전시회에서 입선 및 수상을 하였다.

지니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그렸던 작품들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전시회장을 건립하는 것이 목표이자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열심히 돈을 모으는 목표가 여기에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지니씨가 기억하는 아버지 김부장은 1977년 전남도전 입선, 1978년 무등미전 입선, 1979년 한국선면전 입선, 1983년 개인전, 1984년 한국불교미술대전 대상, 1985년 문예진흥원 특전, 1993년~1997년 한국 미협 지부장, 1995년~1996년 의제 허백련기념초대전 등에서 수상하였다.

김부장의 작품은 정통 산수화와 자신의 색을 담은 작품으로 특징지어진다. 그의 작품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 문화와 정신을 담고 있다. 김부장의 작품은 한국의 미술계에 큰 공헌을 하였으며, 한국의 미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부장의 작품은 한국의 미술관과 개인 소장가들에게 소장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한국의 미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한국의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에서 잊혀져 가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며 후대에 문화유산으로 남기는 일도 개인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일 또한 후손들이 함께해야 하는 일아라 생각된다.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지니씨의 선한 에너지가 이웃들에게 가득 전해지기를 바래본다.

커피가 생각날 때 삼영동커피집에 가셔서 지니에게 소원을 빌어보세요. 물론 램프는 없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동이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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