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

  • 입력 2023.08.01 15:31
  • 기자명 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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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계묘년 2023년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 등 남부 지방에 큰 홍수로 50여명이 사망하는 재난이 발생하였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계묘년 홍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국지적 ‘극한호우(極限豪雨)’와 괴산댐 관리부실과 오송 지하차도 통제를 제때 하지 못한 중대한 인재라고 덧붙일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탓인지 지구축의 기울기 변화로 인한 것인지 논쟁이 많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주장은 산업화가 주범이며 이를 위해 탄소감축을 통해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을 1.5도씨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계묘년 2023년 같은 해 서울 서초 서이초등학교 한 교실에서 학부모의 갑질로 교사경력 2년차 꽃다운 23살의 교사가 생을 마감하였다’는 역사의 기록은 너무나 엄중(嚴重)해야 할 것이다. 극한호우라는 물리적 자연재해도 충격이지만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은 더 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오늘도 서이초등학교 교정에 추모의 물결과 전국에서 도착한 조화가 강과 산을 이루었다. 매사가 그러하듯 정치권과 정부의 인사들도 다녀갔다. 5천여명의 동료 교사들이 교권보호를 위한 교육 시스템 개혁을 외쳤다. 현장에서 벌어진 수 많은 학무모의 갑질 사례가 백일하에 들어 나기도 하였다.

최근 한국사회에 비정상적 분노의 표출이 심상치 않다.

미국이나 유럽에 있을 법한 무차별 총기난사를 연상하게 한다. 엊그제의 신림동 무차별 흉기난동, 출생아 생매장, 연인 스토킹 잔인한 살인,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묻지마 흉기난동과 마약확산(痲藥擴散)은 우리사회가 크게 병들어 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일부 힌두교, 이스람국가에서의 여성차별과 공개처형,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끊임없는 내란에 시달리는 아프리카국가 등에서의 대량살상과 북한 등 독재국가에서 벌어지는 인권탄압은 희생자의 범위와 잔인함의 수준에서 너무나 찍 하지만 이미 우리 뇌에 만성화되기까지 하였다.

유교문화권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다. 한중일의 비약적 발전과 안정적 국가운영은 유교문화의 영향이 크다.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공동체의 질서 등을 인간의 덕목으로 하여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자율적 통제기능을 유지하면서 한국을 세계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게 하였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 자리잡기 시작한 극한경쟁과 빈부격차, 지역-수도권격차, 자영업자의 몰락과 중소-대기업간 격차, 내수-수출기업간 격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격차의 확대, 서양의 개인주의적 이질적 문화와의 유입 등이 상호작용 하면서 교육의 영역에도 심한 부작용이 누적되어 왔다.

경제적 부가 인간의 사회적 지위, 미래 부의 축척기회 등의 가치평가 기준의 척도가 되면서 교사와 교권의 입지도 크게 약화되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교육역량이 자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다리 시스템으로 변질(變質)됨에 따라 사활을 걸고 자녀 교육에 매달리고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만 하는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오죽하면 유치원 과정에 의대반과 로스쿨반이라는 극단적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되었겠는가. 초초(超超) 고비용 교육 구조는 저출산과 학생들의 정서와 정신세계를 크게 훼손하고 병들게 하였다.

이러한 복잡 지난(至難)한 방정식을 풀고, 바로 잡기 위하여 정부, 교육계의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다.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세력의 자기성찰과 교육혁신 노력은 엘리트 교육의 수월성을 강조하는 보수세력 교육관과 충돌하면서 정권교체기 마다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엄청난 사교육비 인상과 교육격차의 주범으로 지목한 일타강사 카르텔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그러한 시도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면의 경쟁구도와 부문간 격차의 해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해결하기가 요원하다. 안타깝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선거를 매개로 한 정치적 판단과 교육주체의 자기성찰 등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적이다.

교육은 한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백년대계다. 너무나 어렵고 대안이 제한적이지만 진보와 보수가 제시하는 장단점을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서이초등학교 젊은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한 젊은이의 희생을 값진 교훈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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