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설치미술제, 장소성에 탄성! ‘갸우뚱’

역사적 장소에 의미적 맥락의 작품 ‘글쎼요’
전시회 기획 의도에 ‘아무말 대잔치’ 일축

  • 입력 2023.10.26 15:22
  • 수정 2023.10.26 16:42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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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등대 : 브링더스페이스-영산강
영산포 등대 : 브링더스페이스-영산강
목사내야 : 이사 그리고 이사
목사내야 : 이사 그리고 이사

나주시가 협상에 의한 계약이라는 방식으로 용역 발주한 2억5천만원짜리 국제설치미술제 설치작품이 설치장소의 역사적 장소성에 부합하는 컨셉인지 나주시민들을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산포등대를 비롯해 나주향교, 금성관, 서성문, 목사내아 등에 설치된 미술품이 설치미술제가 기획한 ‘각각의 역사적인 장소에 의미적 맥락이 통하는 미술작품을 전시한다’는 취지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나주시는 이번 나주시국제설치미술제는 유서 깊은 고장인 나주의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공공장소 열곳에 설치되며 그 열 개의 장소는 조선시대에서 시작해 일제 강점기와 해방후 1970년대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품고 있어서 각각의 역사적인 장소에 의미적 맥락이 통하는 미술 작품을 설치해 미술 작품들은 장소성에 공감하며 ‘탄성’을 울리듯 스스로를 개성 있게 표현한다고 밝힌바 있다.

여기에 역사성, 장소성, 공공성, 예술성을 함께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시키는 아트 프로젝트로서 나주가 추구하는 품격 있는 예술의 도시, 문화콘텐츠를 통한 재생의 도시, 활력 넘치는 축제의 도시를 조성하는 일에 이바지할 미술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과연 그럴까? 일단 시민들은 이곳에 설치된 작품에 대해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영산포 등대, 나주향교, 금성관 등에 전시된 작품들이 해당장소와의 부합성이 쉽게 동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작품이 관객들과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설치된 작품들이 설치된 장소의 역사성에 부합한다고 설명하면서도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대에 이미 전시된 점이 있다는 지적은 또 다른 설명을 요하는 대목이다.

금성관 : 만남
금성관 : 만남
광화문 역사박물관 : 고백(2021년 5월)
광화문 역사박물관 : 고백(2021년 5월)
부산 해운대 : 첫만남(2023년 5월)
부산 해운대 : 첫만남(2023년 5월)

금성관 입구에 설치된 ‘만남’이라는 작품은 이전에 ‘첫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삼청동과 부산 해운대에서 전시된 작품들과 이미지가 거의 겹치고 광화문 역사박물관 전시회에서는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됐었다.

나주향교 : 아이 러브 유
나주향교 : 아이 러브 유

 

광화문 역사박물관 : 아이 러브 유(2021년 8월)
광화문 역사박물관 : 아이 러브 유(2021년 8월)

나주향교 내에 전시된 ‘아이러브유’라는 작품은 21년 8월 광화문 인근 역사박물관특별전에 전시된 작품과 이미지가 거의 겹치고 올해 5월 해운대 전시회에도 비슷한 이미지의 작품이 전시됐다.

영산나루 : 축적된꽃잎
영산나루 : 축적된꽃잎

 

인천아시아아트쇼 : 축적된꽃잎(2022년 11월)
인천아시아아트쇼 : 축적된꽃잎(2022년 11월)

영산나루에 전시되고 있는 축적된꽃잎 작품도 올해 5월 용산구 갤러리아 백화점 입구에 전시된 작품과 이미지가 거의 겹치고 지난해 11월 인천아시아아트쇼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전시됐다.

서성문 : 앵무새케이와 사람들
서성문 : 앵무새케이와 사람들
홍티예술촌입구 : 앵무새(2018년 11월)
홍티예술촌입구 : 앵무새(2018년 11월)

서성문 인근에 설치된 앵무새케이지도 2018년 홍티예술촌 입구에 전시된 앵무새와 이미지가 겹치고, 일제 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창고건물로 수탈의 상징적 장소인 영산나루에 설치된 ‘축적된꽃잎’이라는 작품은 지난해 인천아시아아트쇼에 작품명도 같은 ‘축적된꽃잎’으로 전시됐었다.

이처럼 비슷하거나 사실상 이미지가 거의 겹치는 미술품들이 이전에 타 지역에서 전시된 사례들이 있는데도 이번 미술제에 대해 장소성에 탄성을 울리게 될 것이라는 주최측의 설명에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주최측 설명대로라면 부산 해운대와 나주금성관과 광화문의 역사박물관이 동일한 역사성과 부합하는 장소여야 한다는 우스겟 소리가 나올만하다.

사실상 순회전시회라고 해도 될 상황이다. 하지만 이처럼 유사한 작품의 설치에 대해 설치미술제 주최측에서는 이번에 설치된 미술품을 통해 해당 장소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의미도 담고 있는 미술제라고 주장한다. 참 쉽다.

이번 국제설치미술제의 기획의도에 대해 빛가람동의 장 모씨는 “나주시가 언제부터 미술제를 통한 품격 있는 예술도시를 고민해왔고 시민사회와의 공감대를 이뤄왔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번 설치미술제를 보면 지역민들의 예술적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좋은 말은 다 같다붙인 아무말 대잔치나 다름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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