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성에 ‘탄성’은 따로 있었네!

사매기길 도로에 15년째 자리한 설치 미술품
수세거부운동 20주년 기념비로 옛 농조터에 설치

  • 입력 2023.11.03 14:13
  • 수정 2023.11.06 09:16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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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관 옆 사매기길을 가다보면 도로가에 이색적인 쌍 기념비가 세워져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지금은 신청 건물이 들어선 곳인데 이전에는 영산강 농지개량조합 나주지사가 자리한 곳이다.

기념비에는 “못내못내 절대못내 부당수세 절대못내! 한 목소리로 외쳤던 이 함성은 농민들이 이 땅의 주인임을 당당하게 선언한 의지였다. 뜨거운 가슴으로 나주를 보듬었던 이들을 기억하며”라는 문구가 깊게 새겨져 있다. 바로 나주농민들의 부당수세거부운동 20주기 기념비다.

36년전인 1987년 부당수세거부운동을 통해 이 땅의 주인임을 당당하게 선포했던 나주농민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7년 수세거부운동기념사업회가 이 기념비를 제작해 설치했다. 위치는 당시 농민들에게 수세(농업용수)를 징수했던 기관인 농지개량조합이 있었던 장소로 역사성과 장소성을 동시에 감안한 장소였다.

작품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각작가로 알려진 고암 정병례 선생의 작품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고 나주 동강면 출신으로 TV드라마 ‘용의눈물’이나 ‘왕과비’ 등의 드라마 제목을 전각으로 제작한 유명한 작가였다. 작품에는 농사에 절대적인 태양과 달, 땅과 녹색의 농지, 영산강과 쟁기질하는 농민들을 상징하는 이미지 등을 형상화했다.

지금은 옛 영산강 농지개량조합 나주지사는 없어지고 이 기념비만 당시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간직하며 지키고 있다. 나주만의 저항의 역사를 조사하는 이들이나 전각분야에 대한 예술인들이 들르는 곳으로 해설을 곁든 간략한 표지판도 함께 세워져 있다.

나주지역 농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마련된 이 설치미술품에 나주시는 500만원을 지원했었다.

나주시는 현재 열 군데의 역사적인 장소에서 2억5천만원의 비용으로 국제설치미술제를 하고 있다. 역사성과 장소성에 탄성을 울리게 될 것이라는 슬로건까지 걸며 예술을 통해 지역민들의 긍지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 열 군데에 끼지도 못한 나주수세거부운동기념비는 이렇게 15년째 역사성과 장소성을 상징하며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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