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천만원 설치미술제, 어떻게 계약했을까

단독입찰에도 재공고 없이 협상의 의한 계약으로 체결
법적 하자 없지만 시민들 눈높이에 맞는지는 “글쎄요”

  • 입력 2023.11.06 17:07
  • 수정 2023.11.06 17:49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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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관 마당에 설치된 작품 '온고지신'등근 밥그릇과 풍요롭게 넘치는 밥덩이를 형상화했다. 우리 역사에서 궁핍한 민중들에게 늘 소중했던 밥이자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곱게 떠 놓았던 밥을 현시대에 밒요한 의미로 되돌아보는 작업을 해왔다. 금성관 마당에 놓인 밥그릇은 나주에 온 귀한 손님들을 잘 대접하려는 마음의 이미지로 읽힌다.(영산강설치미술제 설명서에서)
금성관 마당에 설치된 작품 '온고지신' 둥근 밥그릇과 풍요롭게 넘치는 밥덩이를 형상화했다. 우리 역사에서 궁핍한 민중들에게 늘 소중했던 밥이자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곱게 떠 놓았던 밥을 현시대에 필요한 의미로 되돌아보는 작업을 해왔다. 금성관 마당에 놓인 밥그릇은 나주에 온 귀한 손님들을 잘 대접하려는 마음의 이미지로 읽힌다.(영산강설치미술제 설명서에서)

‘흐름, 열 개의 탄성’이라는 주제로 유서 깊은 고장인 나주의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공공장소 열 곳에서 의미적 맥락이 통하는 미술작품을 설치한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는 얼마나 예산이 투입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발주 및 계약되었을까?

게다가 제한경쟁(협상에 의한 계약)입찰이라는 방식인데 어떻게 단독공모에도 재공고라는 절차 없이 곧바로 계약을 체결했을까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그 과정을 살펴봤다.

이번 나주시의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는 여타 공개입찰과 달리 협상에 의한 계약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3조에 해당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은 물품,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이행의 전문성, 기술성, 창의성, 예술성, 공공시설물의 안정성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다수의 공급자들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절차를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다.

나주시는 8월 24일 나주시 설치미술제를 놓고 두 가지 내용을 공고했다. 하나는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33조에 따라 나주시 설치미술제 용역을 공고했다. 계약방식은 협상에 의한 계약이고 용역비는 2억5천만원이었다. 과업위치와 과업기간을 정하고 이에 따른 과업지시서 등을 통해 입찰참여 업체는 제안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의 공고문은 나주시 설치미술제 용역 제안서 평가위원 모집 공고였다. 평가위원 후보 21명을 1차로 모집하고 최종 평가위원은 추첨을 통해 7명을 선정해 참여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해 계약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평가위원은 순수미술 3명, 설치미디어 2명, 건축 2명 등 해당분야 전문가 또는 관련직 종사자로 자격기준이 까다롭다. 관련규정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3조 제9항으로 평가위원회는 국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계약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해방분야전문기관, 단체임직원, 전문가, 대학교수 등)로 구성한다고 되어있다.

입찰 참가신청 제안서는 9월 4일까지 접수되었고, 9월 6일 제안서 발표 및 평가가 이뤄졌다. 9월 8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었고, 평가위원들의 평가기준을 거쳐 9월 15일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제안서 평가는 9월 6일 나주시청 이화실에서 진행되었고, 평가위원 6명이 참여했다. 이때 나주시 설치미술제 용역 입찰 공모에 참여한 업체는 단 한 곳이었다.

사업자 선정방식의 법률적 근거로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의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 근거한 제한경쟁입찰이었고, 동법 제42조와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 행정안전부 예규 제232호에 의거해 협상에 의한 계약방법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제안서 평가 분야에서 평가항목으로 입찰자격평가 20점과 기술능력평가 80점으로 기술평가에서 정량적평가 20점과 정성적평가 60점으로 구성됐다. 나주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평가점수로는 기술능력평가 부분에서 정성적평가 60점 만점에 낙찰업체는 53.5점을 받았다.

문제는 입찰 공모에 한 개 업체만 참여했는데 어떻게 계약이 이뤄졌는지이다.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거 모든 계약은 경쟁을 기본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의계약도 비교견적이라는 형식을 갖춰 두 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공개 경챙입찰에서 단독참여의 계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공고라는 절차를 통해야 한다. 경쟁입찰에 참여업체가 2개 이상 참여하지 않을 시 유찰시키고 재공고를 통해서도 다수업체의 참여가 없을 때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계약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나주시는 재공고를 거치지 않고 바로 평가를 통한 심사를 거친 후 계약을 체결했다. 근거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수의계약 등 한시적 특례 조항이었다. 동법 제26조 2항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1호에 따른 재난이나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으로 인한 국가 또는 해당 지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장관이 기간을 정하여 고시한 경우 제15조 및 제16조에 따라 경쟁입찰을 실시했으나 입찰자가 1인뿐인 경우 제19조 제2항에 따른 재공고 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는 내용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3년 6월 29일 유찰시 재공고 생략 가능이라는 특례조항 적용기간을 2023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공고했다. 이 근거가 이번 나주시의 설치미술제 용역 단독입찰 참여에도 계약이 가능했던 근거다.

문제는 나주시의 이러한 계약방식이 과연 법의 취지와 시민들의 눈높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당초 특례조항의 취지가 코로나 위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었지만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가상승, 고금리로 인한 중소기업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특례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인데 이번 나주시의 설치미술제가 얼마나 위 내용에 적합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편, 나주시는 최근 위와 같은 동일한 방식으로 1억원의 용역사업을 발주했다가 공고를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억5천만원의 나주시설치미술제를 발주했던 나주시 문화예술특화기획단은 지난 10월 30일 1억원의 지역문화콘텐츠 굿즈 개발사업 용역 입찰을(협상에 의한 계약) 공고했다가 2일만에 공고를 취소했다. 윤병태 시장이 재검토를 지시해 공고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실의 계약심사까지 마치고 홈페이지에 공고까지 된 사업이 갑자기 공고 취소된 사례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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