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설치미술 ‘답정별리’

매년 수확기 이후에 들판 수놓은 곤포 사일러지

  • 입력 2023.11.10 10:17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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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에게 쌀은 곧 생명이자 삶이었다. ‘농부이사침궐종자’처럼 농민들은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란 말이 있듯이 쌀은 다음을 기약하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쌀은 늘 우리곁에 있었다. 때로는 후한 인심으로, 때로는 절박한 간절함으로, 때로는 성난 민심으로 쌀은 우리곁을 지켜왔다.

그런 쌀과 농민들의 절절한 역사를 담아내기라도 하듯 곤포 사일러지가 매년 이맘때쯤 되면 농촌 들녘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공룡알이라고도 불리우는 곤포 사일러지가 바둑판같은 들판에 바둑알처럼 놓인다. 겨울철 가축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확 후의 볏집에 효소를 첨가해 랩으로 포장해서 적당하게 발효가 되면 훌륭한 가축사료가 되는 것이 곤포 사일러지다.

적어도 예술품이나 미술품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이 정도의 개연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나주시가 수억원을 들여 전시하고 있는 국제설치미술제를 보고 느낀 소감이다. 작품의 개별적 수준이나 가치는 비전문가로써 전혀 모르지만 적어도 설치미술제가 표방한 의미 정도는 설득력이 있어야되는데 지금의 나주국제설치미술제가 얼마나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너희들이 미술을 알아?”라는 식의 안하무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주농촌 들녘에 놓여있는 곤포사일러지의 설치미술품 제목은 ‘답정별리’다. 답은 정해져 있는데 옳고 그름과는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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