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알고 보면 더 재밌다

N차 관람 앞 두고 내 맘대로 리뷰
은유와 상징 사전에 알고 N차 관람해도

  • 입력 2024.03.29 15:42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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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첫 천만영화로 등극한 파묘를 마침내 극장에 가서 봤다. 끝물이어서인지 관람객은 우리 포함해 20여명에 불과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동양 무당에 대해 불친절하게 훅 치고 들어온다. 한 집안에 가족력 같은 병치레에 대해 묫바람이라는 지극히 비과학적인 상황을 시작으로 풍수지리사, 장의사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굿이라는 동양적 종합예술까지 끌어올리는데 묘하게 흡입력이 있다.

특히 서양의 구마의식 대체제로 동양의 굿이라는 오컬트 영역이 제법 멋지게 구현되는 것을 보며, 나름 핏속에 유전자가 끓어오름을 느꼈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맞다.

영화의 스토리는 결국 묫자리를 잘못 건드리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미스터리와 오컬트를 섞어서 동양적 환타지물로 만들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실을 변주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일부에서 좌파 영화라고 비판할 정도로 항일의식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이를 눈치채가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한 요소로 작동한다.

그래서 필자가 준비한 것도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은유와 상징에 대해 알아보고, 이러한 지식을 알고 한 번 더 영화를 관람했을 때의 쾌감은 또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주인공들의 이름이 독립군 이름과 같다는 것이다. 김고은이 맡은 무당 이화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한 여성 항일운동가 이름이다. 이도현이 맡은 봉길이라는 이름은 상하이에서 일본 행사장에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의 이름이며, 최민식이 맡은 김상덕도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이름이다.

유해진이 맡은 고영근은 민비를 시해한 친일파 우범선을 일본까지 건너가서 처단한 인물의 이름이며. 영화에서 나오는 보국사의 스님 이름이 원봉스님인 것도 의혈단을 이끈 약산 김원봉 선생에서 따 온 이름이다. 그 외 여성 무당으로 나온 오광심, 박자혜 모두 광복군과 독립군에서 활동한 여성 독립운동가 이름이다.

두 번째로 많이 알려진 차량넘버도 대한민국 일제 강점기와 관련이 있는 숫자다. 영화에서 관을 운반한 운구차 넘버는 1945(광복년도), 김상덕이 타는 차량은 0815(광복일), 이화림이 타는 차 넘버는 0301(삼일절)이다.

그 외 봉길이의 몸에 새긴 문신은 잡귀를 쫓는 태을보신경으로. 보호를 위한 주문으로 도교 경문이다. 영화에서 “동티가 난 것 같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신령이나 영적인 존재를 노하게 만들어 보복당하는 것을 말할 때 쓰는 용어다. 또 영화에서 화림이가 휘파람을 부는데 이 행위는 영적 존재의 주파수를 확인하는 행위다. 영화 곡성에서도 황정민이 휘파람을 부는 것이 나온다.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상징이 은어와 참외다. 일본의 장수는(원혼) 화림에게 은어를 줄 것인지, 참외를 줄 것인지를 묻는다. 또한 화림이 원혼을 불러낼 때 은어를 준비하는 것이 나온다. 왜 은어와 참외인지 일본 역사를 살펴봤다. 일본의 역사에서 등장하는 은어와 참외는 일본 전국시대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오다 노부나가,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관계가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은어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참외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내전이 일어나고 동군과 서군으로 갈리니 은어는 오다 노부나가의 직계였던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참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가르킨다고 봐야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일본 장군(원혼)은 아마 동군 토요토미 히데요시 편에 섰던 장군으로 보이며,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해 이후 참수를 당하면서 주술에 걸린 장수로 해석된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은어 대신 참외를 사용했다면 왜군 장수(원혼)는 이들을 적으로 알고 곧바로 죽였을 것이 분명하다. 은어를 주었기에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서 죽은 혼령으로 나오는 왜군 장수는 누구일까? 역사적으로 유추해보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선봉대 역할을 맡았던 고니니 유키나와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선봉대의 상징이었던 장군 두명이 있다면 바로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이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으로 철수한 두 장군은 동군과 서군으로 갈라져 가토 기요마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에서 승자가 되고, 고니시 유키나와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을 지키는 편이 되어 패자가 되고 영화에서처럼 참수되었기 때문이다.

명예롭게 할복하지 못하고 주술에 걸려 참수된 고니시 장군의 원혼이 담긴 투쿠를 한반도의 맥을 끊기 위해 쇠말뚝을 대신해 무덤속에 박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만의 해석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왜군 장수가 임진왜란때 가장 선봉에 섰던 고니시 유키나와 장군이다. 게다가 영화에서 세키가하라 전투를 언급하는데 고니니 유키나와 장군이 이 전투에서 패해 참수를 당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세키가하라 전투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임진왜란이 끝나자 일본은 두파로 나뉘는데 토요토미 히데요시 아들을 지키려는 동군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끄는 서군으로 나뉘어져 내전이 발생한다. 그리고 대회전을 벌인 전투가 바로 세키가하라 전투이며 이 전투 결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한다.

마지막 이 영화의 후반을 장식하는 한반도의 맥을 끊으려는 일제의 쇠말뚝 사건이다. 여전히 민간에서는 일본이 한반도 맥을 끊기 위해 반도 곳곳에 쇠말뚝을 박아놓았다는 설이 있고, 이 쇠말뚝을 뽑고 다니는 애국자들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보국사에서 언급한 이들이 바로 일제가 박아놓은 쇠말뚝을 뽑으려 다니는 애국세력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화 파묘는 한반도의 허리를 끊으려는 쇠말뚝을 대신해 일본 장수의 혼령을 담은 투구가 대신하고 있고, 이 혼령이 깃든 투구와 무덤을 도굴꾼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위 고관이었던 친일파의 무덤으로 첩장을 했다는 가설을 담은 영화인 셈이다.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또 다른 상징을 꼽으라면 단연 100원짜리 동전이다. 풍수사인 김상덕이 무덤에 노잣돈으로 100원짜리를 던지는 대목이 나온다.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았던 최민식이기에 백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나 최민식은 명량에서도 일본군을 저지했고, 파묘에서도 일본 장수의 북진을 저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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