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성 주부의 세상보기

이명성 주부의 세상보기

  • 입력 2006.11.13 14:41
  • 기자명 취재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크림 하나 사 볼까?



훤하게 비워진 들녘을 보노라면 한 해의 농사일이 모두 끝난 듯 했다.

아직 바람 끝은 차지만 햇살의 따사로움이 남아있는 그 곳에서 투닥 투닥

탁 탁 탁....... 잠시도 쉬지 않고 들리는 이 소리, 콩 타작이 시작 된 것이다.



논둑에서 밭둑에서 콩콩콩 호미질하여 심어 두었던 것이 실하게 익고, 따뜻한 햇살에 잘 말라 탁탁 터진다.



오늘은 이 만큼으로 청국장을 만들고, 내일은 이 만큼 장에 내다 팔 것이며, 하늘 맑고, 차가운 날엔 구수한 메주콩으로 변할 콩들이 매 타작을 받고 있다. 거칠고, 갈라져 먼지를 뒤집어 쓴 농부의 손에서......



요즈음엔 손이 예뻐야 미인이란다. 그 조건으로는 손가락이 길고, 가느다랗고 손마디가 없으며 하얀손으로 손톱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고, 네일 아트니 뭐니하는 것으로 기기묘묘한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



세상이 온통 치장하기에 바쁜 듯한데 농부는 그 거친 손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다. 나는 아무리 보아도 그 손은 설거지통에 손 한번 넣어 보지 않았을 것 같고, 흙 한번 만져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손이 미인의 손이란다. 그 손을 만들려고 맛사지를 하고, 팩을 바르고 난리가 났다. 죽었다 깨어나도 농부는 미인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미인의 기준이 잘못 된 것일까?



지금의 세상은 이전의 세상보다 확실히 풍요롭고 윤택하다. 그런데 그 풍요로움과 윤택함을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것 같다.



건강한 몸을 위해 오르는 산에도 전문 등산복과 등산화가 없다면 쉽게 발을 내딪지 못하고, 친구들 모두가 가졌다며, 텔레비전 광고가 유혹하니 당연히 나도 가져야 한다는 최신의 통신 기기들, 품격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204동 여자는 음악을 좋아하고, 206동 여자는 꽃을 좋아해서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너희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 들은 하루를 무슨 생각으로 보낼까?

예쁜 얼굴, 예쁜 옷, 예쁜 집에 살고 있으니 분명 마음도 예뻐야 할텐데.....



크림하나 못 바르고 종종걸음치는 농부들, 그들은 요즈음 흔한 말로 얼짱, 몸짱, 손짱은 아니다. 그러나 속짱은 되지 않을까?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법칙을 무서워하니 그렇고, 생산된 농산물을 사랑하는 가족, 내 이웃 그리고 이 나라 백성들과 나누어 갖을 줄 아니 그럴 것이다.



또한 가격이 폭락해서 갈아엎고, 팔리지 않아서 곳간에 쌓아두고, 손주놈 과자 값도 안되는 가격인데도 힘들여 콩 타작을 해서 장에 내다 파는 것, 그리고 봄이 되면 땅을 갈아 업고 씨앗을 뿌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올해도 어김없이 아스팔트 농사는 계속 된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나 하나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백성 모두를 위협하는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들도 손에 크림 한 번 발라볼까. 날이 차지고 건조한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